개각 이후 첫 화두도 ‘친서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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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개각’을 계기로 정부가 친서민 드라이브를 강화하고 있다. 개각 발표 다음 날인 9일엔 이명박 대통령과 김태호 총리 후보자 간 2인3각 친서민 행보가 경쟁적으로 펼쳐졌다.

이 대통령은 개각 후 첫 주재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친서민 정책이 더 활성화되고, 서민들이 실질적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중소기업은 선택 권한이나 자유가 제한돼 있다. 경제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는 ‘친서민’ ‘친중소기업’을 위한 논리도 가다듬고 있다. 최근 백용호 정책실장이 내부회의에서 역설한 ‘한가족론’이 대표적이다. 백 실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한가족 내부의 관계로 봐야 한다”며 “대기업이 잘사는 아들이라면 중소기업과 서민은 못 사는 다른 형제들이다. 잘사는 아들이라고 부모가 미워할 순 없지만, 잘사는 아들도 다른 형제가 힘들게 사는 걸 모른 척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했다.

김 총리 후보자가 이날 출근 전 찾은 곳은 서울 청진동의 24시간 해장국집이었다. 아침식사로 선지 해장국을 먹은 뒤 그는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인근의 창성동 별관으로 출근했다. “서민식당에 가서 (손님들의) 속 쓰린 표정을 봐야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게 그의 출근 일성이었다. 김 후보자에게 제공된 관용차는 그랜저 TG였다. “큰 차로 하지 말라”는 지시 때문에 총리실은 에쿠스가 아닌 그랜저로 급을 낮췄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김 후보자에 대해 높이 산 건 48세라는 ‘젊은 나이’와 그의 친서민 기질이었다고 한다. 그는 군수와 도지사 시절에도 농민·서민 정책을 1순위로 다뤘다.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대학생 멘토링 사업과 학자금 지원, 전국 자치단체 최초였던 ‘경남도 농어촌 지원 기본조례 제정’이 그의 역점 사업이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여권에 등 돌린 30~40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김 후보자를 앞세우는 게 서민 정책 몇 개를 내는 것보다 파괴력이 크다”며 “이 대통령의 ‘친서민 드라이브’는 더욱 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대기업을 옥죌 생각이 없다’고 설명하지만 정부 부처는 경쟁적으로 대기업을 압박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국세청은 “고소득층이 세금을 제대로 내도록 하고 변칙증여를 뿌리 뽑는 것이 친서민 정책의 첫걸음”이라고 밝히고 있다. 공정위는 ‘대기업·중소기업 거래 질서 확립조사단’을 중심으로 불공정 행위 실태 점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기업 측이 이번 개각을 보고 나서 더욱 긴장하는 이유다.

서승욱·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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