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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손자를 양자로? 될까 안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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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딸이 낳은 자식을 친양자로 입양하는 것에 대해 법원이 엇갈린 판결을 내렸다.

창원지법 가사1단독 노갑식 판사는 9일 12살짜리 외손자를 친양자로 입양하겠다며 낸 최모(57)씨 부부가 낸 입양청구를 허가했다. 최씨 부부의 딸은 1998년 김모(32)씨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았다. 하지만 김씨의 부모가 혼인을 반대하고 양육비를 전혀 부담하지 않아 협의이혼했다. 결국 최씨 부부가 외손자를 출생 때부터 줄곧 키워왔다. 외손자는 외조부모를 아버지·어머니라 부르며 친부모처럼 따랐다. 최씨 부부의 딸은 다른 사람과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있다. 이에 최씨 부부는 시집간 딸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외손자의 장래도 고려해 입양을 청구했다.

노 판사는 “외손자가 최씨 부부의 친양자가 되면 그들 사이의 유대관계가 한층 돈독해지고 더 많은 정신적·물질적 관심과 지원을 받게 될 것이 예상되므로 외손자의 복리를 위해 입양청구를 허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노 판사는 이어 “가족관계등록부상으로는 친어머니가 누나로, 조부모가 부모로 바뀐다.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인 입양 당사자를 포함해 관련 당사자들이 이런 변화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족질서상의 혼란이 초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울산지법 가사2단독 조인영 판사는 지난달 7일 결혼을 앞둔 딸을 위해 외손녀를 자신의 딸로 입양시키려고 60대 김모씨 부부가 낸 입양청구를 기각했다.

김씨 부부의 딸은 2006년 사실혼 관계에서 딸을 낳은 직후 파경을 맞자 친정 부모에게 아이를 맡겼다. 그때부터 외손녀는 외조부모를 엄마·아빠로 부르며 자라 4세가 됐다. 외손녀의 친부모가 모두 입양에 동의한 것도 최씨 부부의 입양청구 사유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조 판사는 “외손녀가 딸로 입양되면 외조부가 부모가 되고 친모가 자매로 되는 혼동을 초래하고, 공공의 질서와 미풍양속에도 반한다”며 기각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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