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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벤츠 770'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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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히틀러는 자동차를 좋아했고 독일의 자동차공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다.

그는 독일에서 열리는 모터쇼를 빠지지 않고 찾아가는 열성을 보였다. 자신이 계획한 국민차 폴크스바겐을 개발하는 작업에 독일의 천재 자동차 설계가인 페르디난드 포르셰 박사를 참여시켰다.

포르셰는 스포츠카로 유명한 포르셰 자동차의 창립자로 히틀러에게서 문화훈장을 받았다. 히틀러는 아우토반의 건설을 진두 지휘했으며 1930년대 세계 자동차 경주에서 독일이 우승할 수 있도록 자동차 업계를 독려했다. 그러나 히틀러가 직접 운전했다는 기록은 어느 곳에도 없다.

히틀러는 많은 차 가운데 메르세데스 벤츠를 가장 좋아했다. 벤츠를 타고 가다 다른 차와 충돌했는데 벤츠만 멀쩡하고 다른 차는 완파된 것이 계기였다. 히틀러와 그 측근들은 29년부터 42년까지 44대의 벤츠를 사용했다.

그 중에서도 세대는 방탄차였다.세계에서 가장 먼저 방탄차를 이용한 사람이 히틀러다. 방탄 리무진은 철판의 두께가 4㎜, 유리 두께는 25㎜였다. 각각의 타이어는 20개의 독립된 공기실로 나눠져 있어 총알을 맞아도 끄떡없이 달릴 수 있도록 제작됐다. 그러나 위장병으로 고생한 히틀러는 이 바퀴를 빼고 쿠션이 좋은 보통 타이어로 바꾸었다.

히틀러는 벤츠 770 시리즈 가운데 출력을 높인 770K 모델을 좋아했다. 1백55∼2백30마력의 엔진에 최고시속이 1백60㎞였다.

이 차는 키가 1m 68㎝인 히틀러의 취향에 맞게 개조됐다. 그가 즐겨 앉는 앞자리 조수석은 높게 만들어졌고 오픈카 모델의 양 옆에 발판을 따로 설치해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했다. 그가 자주 사용하는 차의 꽁무니에는 강력한 서치라이트가 달려 있었다. 뒤에서 불순한 차량이 추격해올 경우 그 운전자의 눈을 멀게 하기 위해서였다.

히틀러는 770K 모델 가운데서도 풀만 리무진과 8인승 카브리올레(컨버터블)를 주로 이용했다. 풀만 리무진은 길이가 보통 차보다 1m 이상 긴 6m로 7인승이었다. 이 차들은 40㎜ 두께의 방탄 유리와 철판 덮개를 씌운 예비용 타이어를 앞쪽 양 옆에 달아 방탄 기능까지 갖췄다. 수십만명의 나치당원과 군대가 벌이는 퍼레이드나 사열식에서 히틀러는 이들 차의 조수석에 우뚝 서서 팔을 뻗어 환호에 답했다.

4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히틀러의 차량은 연합군의 공격 목표가 됐다.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 히틀러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독일 국민을 위해 개발한 소형차 폴크스바겐을 타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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