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나들이 고민이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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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후, 주부 방미자(43·송파구 잠실동)씨는 초등학생인 아들 종완(13)이와 정우(10), 그리고 여동생인 방외덕(38·강남구 삼성동)씨와 함께 오랜만에 지하철에 올랐다. 지하철을 타고 서울의 명소를 둘러보는 ‘도심 속 여행’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서울 메트로가 운영하는 이 특별한 투어는 교통 체증 걱정 없이,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저렴하게 서울을 여행할 수 있어 1석3조다.

알뜰 가족 나들이, 아이들에겐 훌륭한 체험 학습

미국 뉴저지에서 7년 동안 생활하다가 3년 전 귀국한 방씨는 어린 시절을 해외에서 보낸 아이들에게 한국 문화를 가르치기 위해 열심이다. 방씨는 “쉽게 갈 수 있는 명소들이지만 가족끼리 가면 그냥 휙휙 지나치게 돼 머릿속에 남는 게 없다”며 “가이드가 안내도 해준다고 하니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집결 시각인 오후 1시30분 지하철 회현역 7번 출구 안. 도심 속 여행 가이드(이하 도심 가이드) 김연규공현주씨가 방씨 일행을 맞았다(원래 투어는 5인 이상 신청 시 가능하지만 이날 투어는 한 신청자가 당일 취소해 4명이 출발했다).

이날 투어 프로그램은 ‘가족 여행’. 참가자들은 가이드로부터 일정에 대한 설명과 함께 핸드폰 거치대, 서울 지도가 그려진 손수건, 지하철 모양의 메모지 등 기념품을 선물로 받았다. 2000원이 충전돼 있는 T머니 카드도 1인당 1개씩 지급됐다. 지하철 이용요금은 900원. 이날은 회현역에서 삼각지역까지 한 번만 타면 돼 1100원이 남게 된다. T머니 카드는 기념품으로 가져간다. 이날 코스인 화폐 박물관과 전쟁기념관은 모두 무료 입장이어서 알뜰 여행이 아니라 돈 버는 여행인 셈이다.

회현역에서 남대문 시장을 지나 첫 번째 목적지인 화폐박물관까지는 걸어서 5분 거리다. 남대문 시장을 구경하며 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화폐박물관에서는 다양한 전시물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돈에 대한 상식을 알 수 있었다. 화폐의 역사와 제조 과정, 위조지폐 감별법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심 가이드 공씨가 자세히 설명했다. 박물관 곳곳에 마련된 폐지폐로 만든 의자를 본 아이들은 “엄마,만원짜리가 들어있어요”라며 눈이 동그래졌다. 다음 행선지인 ‘전쟁기념관’은 총싸움을 좋아하는 종완이와 정우가 가장 기대를 한 곳이다. 오후 2시40분 회현역에서 세 정거장 거리에 있는 삼각지역으로 이동했다. 전쟁역사관, 6·25전쟁실, 해외파병실 등 6개의 전시실을 도심 가이드 김씨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했다. 박물관 한가운데 위치한 거북선에서는 가족들 모두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오후 5시, 투어를 끝낸 방씨는 “아이들에게도 좋은 체험 교육이 된 것 같아 만족스럽다”며 “코스가 좀 더 다양해져서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참여 대상에 따라 4가지 코스 운영

지난달 15일부터 오는 11월까지 운영되는 ‘도심속 여행’은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가 기획한 이색 투어 프로그램이다. 지하철과 도보 투어를 이용해 서울의 주요 문화유적과 관광지를 돌아보는 시티투어다.

서울메트로가 선발·교육한 여행 가이드 13명이 함께 이동하며 문화유적의 역사적 배경등을 설명해준다. 장애우·노인·외국인·가족 단위 등 참가자들의 특성에 따라 4가지 코스로 나눠 운영해 참가자들의 호응이 높다.

서울메트로 홈페이지(www.seoulmetro.co.kr)에서 신청 가능하며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운영된다. 매일 오후 1시30분에 출발하며(4시간 소요) 지하철 이용 요금은 서울메트로가 부담한다(입장료 등 기타 비용은 본인 부담).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지하철을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서 생활·문화 관련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서비스와 행사를 개발하고 유치해 시민들이 즐거움과 유익함을 얻어가는 허브 같은 장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설명]‘도심 속 여행’에 참가한 방미자씨 가족이 도심 가이드 김연규씨(맨 왼쪽)의 설명을 들으며 전쟁기념관을 둘러보고 있다.

< 하현정 기자 happyha@joongang.co.kr / 사진=김진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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