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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車 뒷좌석 비행기 1등석 뺨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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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지난달 29일 국내 판매에 들어간 미국 포드자동차의 링컨 타운카 리무진은 뒷좌석에서 최대한 발을 뻗을 수 있는 거리(레그룸)가 1천1백94㎜다.

국산차 중 가장 긴 에쿠스보다 40㎜ 길다. 레그룸은 뒷좌석의 편안함을 상징하기 때문에 회사마다 늘리기 경쟁이 치열하다. 포드는 또 이 모델에 뒷좌석 전용의 에어컨·시거 라이터·컵홀더 등을 달았다. 또 뒷좌석 팔걸이에 달린 스위치로 에어컨과 오디오를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에서 파는 모델은 이들 'VIP 럭셔리 패키지'가 선택사양이나 국내에 수입하면서 모두 기본형으로 한 것이다. 뒷좌석 머리받침대(헤드레스트)의 경우 상하·좌우 네 방향으로 움직인다.

뒷좌석의 기능을 향상시킨 승용차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 '사장님 자리'로 불리는 오른쪽 뒷좌석의 사양을 고급화해 상류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것이다. 대부분 고급 대형차가 대상이다.

내년 초 국내에 들어올 볼보의 2천㏄급 S80 이그제큐티브 모델에는 뒷좌석에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앞좌석 헤드레스트의 뒤에 7인치 모니터가 두대 달려 있어 TV나 비디오를 시청할 수 있다. 또 DVD플레이어가 있어 한 화면으로 DVD 영화를 감상하면서 다른 화면으로 컴퓨터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벤츠의 5천8백㏄ S600(2억8백만원)에는 뒷좌석의 등받이와 시트에 마사지 기능을 하는 공기튜브가 들어 있다. 장시간 여행으로 근육이 긴장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S클라스(S280 제외)는 뒷좌석에서도 조수석을 앞으로 밀거나 등받이 각도를 쉽게 조절할 수 있다.

현대차는 에쿠스 리무진이 비행기의 1등석만큼 편안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오른쪽 뒷좌석을 '퍼스트 클라스 VIP시트'라고 부른다. 옆·뒤 창문에는 전동식 커튼을 달아 승객이 햇볕이나 외부의 시선에 신경쓰지 않도록 배려했다.

다리가 긴 사람도 넓적다리 전체를 시트에 올려 놓을 수 있도록 시트 앞으로 보조 받침대가 나오게 설계했다. 뒷좌석 전용의 에어컨·냉장박스가 있고 시트에는 온도를 5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열선이 들어 있다.

쌍용의 체어맨은 조수석 등받이를 앞으로 완전히 접으면 뒷좌석에서 앞좌석 위로 발을 쭉 뻗을 수 있다. 조수석의 헤드레스트를 뺄 필요없이 앞으로 접으면 뒷자리 승객의 시야가 넓어진다.

또 승객이 차를 타고 내리기 위해 문을 열면 시트가 자동으로 앞뒤로 움직여 승·하차가 쉬어진다. 뒷좌석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화장거울과 뒷좌석 바닥을 비춰주는 전등도 있다.

반면 자가 운전자가 주고객인 차는 운전석의 기능과 사양을 고급화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BMW가 대표적인 예다. 2천1백∼4천4백㏄급인 5시리즈의 경우 어지간한 기능을 핸들에서 조작할 수 있다.

핸들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라디오·카폰은 물론 자동 정속(定速)주행·실내 공기 재순환 기능을 쉽게 가동할 수 있다. 2천8백∼4천4백㏄급인 7시리즈는 운전석 등받이의 폭을 운전 자세와 체형에 따라 바꿀 수 있도록 했다.

BMW코리아 김영은 이사는 "열쇠를 구멍에 넣어 돌리지 않고 버튼만 누르면 시동이 걸리고 주차 브레이크도 버튼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등 운전자의 수고를 덜기 위한 기능이 많다"고 말했다.

도요타 렉서스도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델 중 가장 큰 LS430(4천3백㏄,1억9백50만원)을 제외하면 모두 자가운전자를 겨냥한 것이다. GS300(3천㏄)의 경우 핸들에 달린 버튼을 올리고 내리기만 하면 수동기어가 변속된다. 계기판에는 주유 이후 차가 달린 거리와 평균 속도·방향 등을 나타나는 '다기능 정보 계기판'이 있다. 이 계기판은 햇빛에 반사되지 않는 게 특징이다.

폴크스바겐의 대표 모델인 뉴비틀의 경우 핸들 옆 공간에 꽃병을 부착해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하도록 했다.

국내 자동차 회사들도 운전자를 편하게 하기 위해 한단계 위의 차에 사용하던 기능을 낮은 급의 차에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5월 소형차 클릭을 출시하면서 선택사양으로 사이드 에어백을 달았다. 사이드 에어백은 주로 중형차 이상에 달려 나오는 것이다. 르노삼성의 준중형차 SM3 역시 중형차 이상에서 사용하는 전동 접이식 사이드 미러가 달려 있다. 좁은 공간에 쉽게 주차하고 통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추운 날씨에 대비해 앞좌석에는 열선이 들어 있다.

김상우 기자

sw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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