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떴다방서 산 분양권은 '휴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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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속칭 '떴다방'(이동식 부동산 중개업소)이 다른 사람의 주택청약통장을 사들여 당첨받은 아파트의 분양권을 제3자가 프리미엄을 주고 매입했다면 아파트 건설업자로서는 주택공급계약을 취소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합의30부(재판장 金東潤부장판사)는 31일 韓모씨 등 2명이 L건설 등을 상대로 낸 공급계약 유효확인 청구소송에서 "건설회사가 원고들에 대해 주택공급계약을 취소한 것은 적법하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들이 아파트 분양권 명의자도 아닌 떴다방들로부터 거액의 프리미엄을 주고 분양권을 양도받아 주택공급계약상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한 것은 주택건설촉진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韓씨 등은 주택청약통장의 불법양도 사실을 모른 채 선의로 분양권을 샀다고 주장하지만 거액의 프리미엄을 지급한 원고들이 이를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韓씨 등은 2000년 3월 떴다방들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4백만∼7백50만원의 웃돈을 주고 사들인 주택청약예금증서로 당첨받게 된 서울 강남의 아파트 분양권을 각각 3천2백만원과 5천3백만원의 프리미엄을 주고 매입했다. 이 아파트는 분양 당시 15가구를 모집한 53평형에 1천7백여명이 몰렸으며, 분양가격이 5억5천만원이었지만 현 시세는 10억원대에 이른다.

이들은 그러나 올 1월 서울지방국세청이 아파트분양권 등 거래과열지역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적발돼 L건설이 주택공급계약을 취소하자 소송을 냈다.

이에 앞서 서울지법 민사합의29부(재판장 郭宗勳부장판사)는 지난달 14일 떴다방 업자를 거쳐 프리미엄이 붙은 아파트 공급신청 접수증을 산 유모씨가 분양권 양도를 거절한 조모씨를 상대로 낸 분양권 양도절차 이행 청구소송에서 "접수증을 넘겼더라도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면 분양권 양도계약이 성립됐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었다.

김승현 기자

shyun@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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