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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國은행들 대출의 절반은 부실채권 6000억弗 들여야 해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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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홍콩=이양수 특파원] 중국 은행들의 막대한 부실채권 문제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잇따라 중국 은행들의 취약성을 지적하면서 금융시스템의 위기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S&P에서 국가신용 등급의 평가를 총괄하는 데이비드 비어스 전무는 지난달 30일 "중국 정부는 가까운 장래에 은행 부실채권을 해소하고 금융시스템을 재정비하기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50% 가량인 6천억달러(약 7백50조원)를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은행들의 부실채권 비율은 전체 대출의 절반에 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주장하는 부실채권 비율은 중국 정부가 내놓은 수치(26%)는 물론, 홍콩의 금융계가 분석한 추정치(35%)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비어스는 특히 "중국 정부가 금융시장 개방을 앞두고 뒤늦게 은행 부문에 대해 공적 자금을 투입하고 있으나 상황이 나아지려면 앞으로 몇년이 걸릴 것"이라며 비관적 시각을 보였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함께 '5년 이내에 금융시장을 개방한다'는 조건을 받아들였다.

이에 대비해 2006년까지 부실채권 비율을 15%까지 낮춘다는 목표 아래 금융자산관리공사를 설립해 지난 9월말까지 2천3백23억위안(약 34조원)의 부실채권을 매입하고, 국유 은행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은행들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무디스 역시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최근 발표한 '중국 은행시스템의 전망'보고서에서 "중국 내 은행 예금의 67%와 대출의 61%를 차지하는 중국의 4대 국유은행(중국공상은행·중국은행·중국건설은행·중국농업은행)이 은행시스템 개혁의 관건"이라며 "그러나 정치·사회적인 압력 때문에 개혁 과정에서 문제가 더욱 악화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4대 국유은행이 취약한 상태에서 시장 개방이 이뤄져 경쟁이 치열해지면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은행은 자산규모 면에서 각각 '아시아 10대 은행'에 들어갈 만큼 몸집이 커졌으나 금리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와 누적된 부실채권 등으로 속은 곪을대로 곪았다는 게 홍콩 금융계의 진단이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고도성장을 하는 상황에선 금융위기가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만만치 않다. 은행 시스템이 취약하지만 정부가 직·간접 지원을 하고, 외국 금융기관들은 시장을 개방해도 고객 확보·외환 운용 등에 한계를 느껴 중국 은행들과 손을 잡아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중국의 금융부실에 관한 특집기사에서 현재 속도로 은행 부실이 커질 경우 중국정부가 감당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니컬러스 라디 연구위원은 "국유은행이 현재의 대출관행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2006∼2008년께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을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yaslee@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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