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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낙관론·신중론 팽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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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반도체 시장이 본격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회복 징후는 없다.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기대를 건다'.

최근 초고속 D램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가격이 한달째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고, 일반 SD램도 며칠 사이 반짝 오름세를 보이면서 업계에선 반도체경기 낙관론과 신중론이 엇갈리는 경기논쟁이 일고 있다. 이러한 논쟁은 반도체 가격이 오름세나 내림세로 가격의 방향이 바뀔 때마다 일어난다.

◇오름세로 반전한 반도체 시장=2백56메가SD램이 지난 8월 말 개당 3달러 아래로 떨어진 뒤 9∼10월 동안 평균 2.4∼2.5달러대의 게걸음을 하다 10월 28일(2.82달러)과 29일(2.85달러) 이틀간 급격하게 올랐다. 최근 D램시장의 주력으로 떠오른 2백56메가 DDR는 꾸준한 오름세를 보여 31일에는 올 최고가격이었던 8.32달러(3월 4일)기록을 깨고 8.33달러를 기록했다. 또 삼성전자가 DDR가격을 중심으로 두달째 고정거래선에 대한 주문물량 가격을 올리고 있다. 이런 정황들이 가격 회복세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렇게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데 대해 업계는 일시적 수급불균형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일본 D램업계의 합병, 미국·유럽 D램업체들이 해외 생산라인의 생산을 줄이는 등 업계가 구조조정되는 와중에 일시적인 공급부족 현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특히 DDR제품의 경우 D램업체 중 삼성전자·하이닉스와 대만의 난야 정도만 제대로 공급하고 D램업계 2, 3위 업체인 미국의 마이크론과 독일의 인피니온은 아직 수익을 못내 제때 공급을 못하고 있는 점이 DDR가격을 꾸준히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경기논쟁들=반도체 회복기미를 주장하는 측은 며칠간의 가격 오름세와 함께 최근 발표된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의 통계치를 인용한다. WSTS에 따르면 지난 8월 반도체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해는 지난해보다 2% 정도 회복된 뒤 내년에는 17%의 높은 시장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지금 반도체 시장은 회복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또 이를 근거로 미국 반도체산업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AFI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반도체 시장은 마침내 정상적인 성장률로 복귀하고 있어 정상화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관계자는 "본격적인 회복기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시장이 살아나고 수요가 늘고 있다는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해외 업체들의 기술적인 어려움과 구조조정 때문에 생긴 일시적인 수급불균형은 시간이 지나면 절대로 시장을 견인하는 요소는 못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회복시기를 내년 하반기 이후로 길게 보고 있는 게 업계의 대세다. 게다가 인피니온사가 이미 D램 생산량을 두배 이상 늘릴 수 있는 12인치 웨이퍼 생산라인 가동에 들어갔고, 삼성전자가 내년에 12인치 라인을 가동할 경우 생산량이 부쩍 늘어나면서 가격회복을 더디게 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대우증권 전병서 연구본부장은 "반도체 경기는 IT산업 경기보다 늦게 따라간다"며 "세계경기가 좋아지고 기업들이 PC를 대체하는 등 IT부문 투자를 늘리려는 조짐이 나타나야만 반도체 경기가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

sunny@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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