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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자린고비 박금단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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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타고난 근검 생활로 생활고를 극복하고 이웃 사랑을 실천해온 50대 촌부(村婦)가 '올해의 자린고비'로 뽑혔다. 충북 음성군이 주는 '자린고비상'의 대상 수상자로 박금단(朴今丹·58·음성군 소이면 비산리)씨가 31일 선정됐다. 올해로 5회째인 이 상은 자린고비 전설로 유명한 조선 숙종 때의 조륵(趙勒·1649∼1714)의 절약 정신과 선행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35년 전 전남 목포에서 음성군으로 시집온 朴씨는 1989년 남편이 지병으로 사망하자 얼마 되지 않는 논밭을 일구면서 식당 일과 품팔이 등으로 생활했다. 겨우 비만 피할 정도의 허름한 슬레이트 집을 수리할 생각도 하지 않았으며 30년 이상 된 밥상·식기·주방용기를 아직도 쓰고 있다. 6년 전부터 그는 직접 재배한 콩으로 두부를 만들어 행상을 하면서도 미장원 한번 가지 않았고 웬만하면 걸어다니는 등 극도의 근검생활을 해왔다.

두부 장사로 한달에 50만원 벌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그는 5년여 동안 8백만원을 모았고 남을 돕는 데도 앞장섰다. 매년 60만원씩을 장학금으로 내놓고 연말이면 쌀 한 가마를 새마을금고에 기탁했다. 어려울 때 새마을금고에서 자신의 자녀에게 장학금을 지원해준 데 대한 보답이다. 또 자신의 논에서 수확한 햅쌀을 농사 안 짓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맛좀 보라"며 한말씩 전달하기도 했다. 朴씨는 3남1녀 중 세 아들에게 대학교육을 시켰다. 이장 김현구(63)씨는 "낮에 식당일을 한 뒤 밤늦게까지 콩을 털고도 오전 4시에 일어나 두부를 만들 정도로 朴씨는 부지런하다"며 "남에게 받은 만큼 베푸는 성품"이라고 말했다.

음성=안남영 기자

an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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