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는 신물질 공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22면

누에가 신약 물질과 특수 단백질 등을 만들어 내는 첨단 바이오 공장으로 각광 받고 있다.

누에 똥에서 암 치료 효능이 있는 물질을 뽑아내는가 하면,고치에서 원료 단백질을 추출해 기능성 화장품 등의 원료로 활용하고 있다.

연세대 이원영(의대) 교수는 최근 누에 똥에 들어 있는 CpD라는 물질이 암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을 생쥐 실험에서 확인했다. CpD는 '폴피린'이라 불리는 물질 중의 하나. 암에 걸리게 한 뒤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생쥐는 한달 뒤 다 죽었는데, CpD 처리를 한 생쥐는 절반이 살아 남았다.

단백질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듯 폴피린도 몇 가지로 나뉜다. 폴피린계 물질은 암세포에 파고 들어가서 가만히 있다가 특수한 빛을 비춰주면 그제야 암세포를 파괴하는 특징이 있다.

폴피린은 또 ▶정확히 암세포만 골라 공격하고▶폐암·위암·자궁암·식도암 등 모든 암에 듣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간에는 돼지피에서 추출한 'HpD'라는 폴피린을 썼으나, 한차례 치료에 1천만원이 들 정도로 비싸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교수는 "누에똥에서 나온 CpD가 사람에게 해가 없다는 것이 밝혀지면 훨씬 싼 값에 폴피린 치료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누에고치에서 뽑아내는 비단실은 세리신과 피브로인이라는 두가지 단백질로 이뤄졌다. 이중 세리신은 피부 보습 효과가, 피브로인은 숙취를 풀어주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이용한 비누·화장품·숙취해소 음료 등은 이미 상품화 돼 나왔다.

이밖에 누에에서 동충하초를 길러낼 수도 있고, 누에를 말린 가루가 당뇨병 증세를 덜어주는 효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누에 하나를 온갖 분야의 바이오 산업에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류강선 농업과학기술원 곤충이용과장은 "누에는 자기 몸무게의 40%나 되는 비단실을 생산한다"면서 "비단실을 만드는 유전자 대신 항암제를 만드는 유전자를 누에에 넣으면, 엄청난 양의 항암제를 누에에서 얻어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woongj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