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마지막 황제 추정 유골 '먼친척'과 DNA 비교해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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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은 베일에 싸여 있던 러시아 마지막 황제 니콜라스 2세의 최후도 밝혀냈다.

1991년 에카테린부르크 근처의 숲에서 암매장 된 아홉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역사학자들은 1918년 니콜라스 2세와 황후, 다섯 자녀와 시종 등이 총살된 뒤 부근의 숲에 버려졌다는 기록에 따라 이것이 니콜라스 2세 가족의 시신이라고 짐작했다.

시신에서 DNA를 뽑아내 검사해보니 이들 중 다섯명은 가족이고, 넷은 아니었다. 다섯은 황제 일가, 나머지는 시종 등이라고 볼 수 있지만, 모두 다 황제와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일 가능성도 있었다. 과학자들은 그래서 유럽의 족보 기록을 바탕으로 니콜라스 2세 및 황후와 관계된, 믿을 만한 사람들을 찾았다. 덴마크와 영국의 귀족 한명씩이 선택됐고, 미토콘드리아 DNA를 비교한 결과 시신과 혈연 관계임이 확인됐다. 이후 러시아는 니콜라스 2세 가족의 시신을 찾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시신 중에 황제와 황후의 것은 있었지만, 다섯 자녀 중에서는 세자녀의 것만 발견됐다. 해부학적인 측면에서 유골의 성별·나이 등을 파악했을 때, 황태자의 것과 막내 공주 아나스타샤의 것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그렇지 않아도 아나스타샤와 관련해서는 시신 발견 전부터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설이 있었고, 몇몇 여성들이 '내가 아나스타샤'라고 주장하던 참이었다. 하지만 아나스타샤를 자처하던 여성들의 DNA는 황제의 DNA와 모두 다른 것으로 판명돼 아나스타샤 생존설은 여전히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심재우 기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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