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주요국 대사 릴레이 인터뷰] 3. "군사대국화 비판은 맞지않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다카노 도시유키(高野紀元.60) 일본대사는 과묵하고 신중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러나 14일 서울 종로구의 일본대사관에서 만난 그는 비교적 자신 있고, 솔직한 목소리로 여러 질문에 응해줬다. 가끔 농담을 건네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인터뷰는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올해 북한과 관련해 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보는가. 북한에 대한 일본의 경제제재 계획은.

"한반도 문제에선 북핵이 초점이다. 일본의 안정보장에도 매우 큰 문제다. 6자 회담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 방법이다. 지금 정체되고 있지만 빨리 정상화시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가야 한다. 북한은 6자 회담을 성공시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인상을 국제사회에 심어줘야 한다. 일본은 2002년 일.북 평양선언을 기초로 가능한 한 빨리 국교를 정상화한다는 원칙이다. 탈북자 문제는 인도주의뿐만 아니라 한반도 정세에도 매우 중요하다. 여러 국제기관과 한국.일본.중국.미국 등 관련 국가들이 충분히 협의하면서 대응해야 한다. 북한은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일본 국내에선 경제 제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제재를 결정하지 않았다."

-신 방위대강, 자위대의 국제활동 강화,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 등 최근 일본의 동향에 대해 주변국에서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이에 대한 일본의 생각은.

"지난해의 신 방위대강과 중기방위계획을 보면 '전수방위, 타국에 대해 위협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기본 방침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일본은 오히려 탱크를 30%, 항공기.함정을 10%씩 삭감키로 했다. 이 시점 이 지역에서 군비를 삭감하는 국가가 있는가. 일본은 해외에서 전투행위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일본은 이라크 등 해외 분쟁지역의 문제 해결을 위해 인도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일본이 군사대국화돼 있다는 비판은 맞지 않다. 개헌과 관련해선 (군대 보유.전쟁을 금지한) 9조만 논의하는 것이 아니다. 복지.인권 등 폭넓은 분야에서 논의 중이다. 평화주의, 비 군사대국, 해외에서의 전투행위 금지가 전제돼 있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한 지 60년이 지났다. '이제는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등을 가진 정상국가가 될 때가 됐다'고 생각하는 일본 국민도 있고, 미국도 이를 부추기는 면이 있다.

"일본은 세계 2대 경제 대국이 됐다. 국제적인 경제 협력.지원에서도 세계 1~2위에 이른다. 동남아.중동.아프리카.중남미 국가들과 유엔 등 국제기관은 이를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일본은 아쉽게도 유엔평화유지활동(PKO)이나 자위대 활동에선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일본이 국제 분쟁에서 인도지원이나 후방 지원을 할 수 있지 않느냐'는 국제사회의 기대가 높아졌다. 물론 과거 일본의 군사행동으로 피해를 본 한국.중국이 감정적으로 일본의 행동에 반발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일본은 국제사회의 평화.번영을 위해 공헌하고 싶다. 정상국가의 개념에 대해선 일본 정부가 정한 것이 없다."

-일본과 중국 간 정치적 마찰이 크다. 일본은 2004년 방위백서에서 중국.북한을 위협대상에 포함시켰다. 중국의 위협을 어느 정도 심각하게 보는가.

"일본은 중국을 위협 대상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많이 발전했다. 안전보장 면에서 매우 주목받는 국가가 됐다. 방위대강은 이런 객관적인 사실을 언급했을 뿐이다. 일본은 중국의 경제발전을 위협보다는 새로운 기회로 보고 있다. 지난해 아세안 정상회담 등에서 양국 정상은 솔직하게 의견을 나눴다. 양국 관계의 안정적인 발전이 지역을 위해 중요하다는 것을 서로 인식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진출에 대한 일본의 생각은.

"일본이 앞으로도 경제적으로 발전하면서 세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국제사회의 발전이 매우 중요하다. 일본은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가운데 미국을 제외한 4개국을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은 유엔 분담금을 낸다. 일본은 국제 공헌활동을 계속 하기 위해 유엔의 핵심 의사결정권자인 안보리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거부권 보유 문제는 전체적인 테두리 안에서 의논하겠다."

-올해는 을사조약 100주년, 한국 독립 60주년, 한.일 국교수립 40주년인 해다. 또 '한.일 우정의 해'로 정해졌다. 한.일 관계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은.

"한국사람들이 과거 역사와 관련해 복잡한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역사와 관련해 반성할 것은 반성하면서 미래를 위해 양국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양국 간 교류는 매우 확대됐다.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미래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한류(韓流)가 일본과 양국 관계에 미친 영향은 매우 크다. 한국 문화에 대한 일본 국민, 특히 여성들의 관심이 커졌다. 양국은 이제 선진 경제국이다. 서로 말하기 편하다."

글=오대영 기자<dayyoung@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만난 사람=조현욱 국제부장

*** 다카노 대사는

폭탄주 겁내는 '한국통'…매주 한차례 우리말 배워

일본 외무성의 한국통이다. 도쿄(東京)대 교양학부 재학 중이던 1966년 우리의 외무고시에 해당하는 외무공무원 채용 상급시험에 합격했다.

외무성에서 한국을 담당하는 북동아시아과 과장(86년).아시아국 참사관(92년)을 거쳤다. 96년 1월~97년 7월 주한 일본대사관에서 부대사(특명전권 공사)로 근무한 경험도 있다.

북미국장.국제정보국장과 차관보급인 심의관을 지낸 뒤 2002년 12월 특명전권대사로 한국에 부임했다.

일본대사관 관계자는 "심의관을 지내면 주요국 대사로 간다"며 "한국은 일본에 비중이 큰 국가"라고 밝혔다. 다카노 대사는 한국 음식을 즐긴다. 특히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어를 매주 한차례 개인교습을 받으면서 익히고 있다. 취미는 골프와 테니스.

그는 부임한 지 2년이 넘었다. 한국 생활에 대해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 큰 힘이다. 그러나 한국의 폭탄주가 겁난다. 파티에 갈 때마다 '오늘도 폭탄주를 마시는구나'하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몇 잔 마시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국가 기밀"이라며 웃었다. "폭탄주 한 잔 정도가 적당량"이란 것이 주변의 이야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