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倒産法 놓고 웬 '부채 탕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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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법무부가 법인·개인의 파산·갱생(更生) 관련법을 고치고 합치는 것은 아주 잘하는 일이다. 되레 늦은 감이 있다.

외환위기 이후 부실기업을 신속히 처리하면서도 채권자 피해를 최대한 줄이고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회사정리법·화의법·파산법 등 이른바 도산 3법을 통합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줄곧 제기돼 왔다. 또 개인의 경우에도 기업처럼 회생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함께 강조됐다.

법무부 초안은 그런 요건들을 잘 충족시키고 있다. 공청회·입법예고 절차를 거치면서 중지를 모아 새 도산(倒産)법이 조속히 시행되기를 바라면서 몇 가지 우려와 당부를 덧붙이고자 한다. 우선, 법 취지를 근본적으로 잘못 알고 있는 일부 시각부터 확실히 교정해야 한다.

개인회생 제도를 놓고 '5년 만 빚 갚으면 부채 탕감'이라는 인식은 이만저만 오도된 것이 아니다. 제도의 본질은 '부채 탕감'이 아니라 '빚 상환 계획은 5년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개인회생 결정을 받으려면 '파산시켜 빚잔치하기보다 회생시키며 받는 것이 더 많아야'만 한다. 무차별로 금리를 깎아주는 농어촌 부채 탕감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부채 탕감'이라는 잘못된 인식 때문에 벌써부터 "어, 이제 빚 얻어야 되겠네"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큰 착각이 아닐 수 없다.

다음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엄격한 요건과, 전문성·신속성 확보를 위한 '파산법원' 신설이다.

법정관리기업 경영에 기존 경영진이 참여하는 것은 옳으나, 결격 사유인 '경영상 중대한 책임''부채가 자산을 현저히 초과'등은 무엇이 '중대한'책임이며 어느만큼이 '현저히'많은 것인지 더 명확히 해야 한다. 또 법원 순환인사에 관계 없이 전문성을 가진 특별법원을 두어야, 현재 각 지방법원에 따라 달리 결정을 내리는 등의 문제들을 해소하고 회사정리 절차도 더 신속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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