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Book/700자읽기] 살아있는 지구의 역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살아있는 지구의 역사
원제 The Earth: An Intimate History
리처드 포티 지음, 이한음 옮김
까치, 520쪽, 2만3000원

하와이 푸날루의 모래 해변은 왜 검게 된 것일까. 상어 이빨 같은 알프스 산맥의 봉우리들은 어떻게 솟아올랐으며 형형색색 그랜드 캐년의 암석층은 어떻게 쌓인 것인지.

이런 지질학적 궁금증을 대학 교수가 아닌 여행 가이드로부터 듣는다면 어떨까. 이 책이 바로 그런 느낌을 준다. 헐벗은 암석들이 깔린 뉴펀들랜드 지역, 보헤이마의 은광, 오만의 소금 평원, 샌안드레아스의 단층 등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장소들은 모두 지질학의 성지라 할 수 있는 곳이다. 저자는 수차례 직접 답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느낌과 풍경 묘사를 곁들여 지형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이야기를 물흐르듯 풀어냈다.

또 그 지역의 문화.자연사 심지어 도시의 형태도 지질에 근거해 분석했다. 지중해 햇살을 받아 하얗게 빛나는 이탈리아 카프리섬의 건물들은 따뜻한 바다 밑에 잠겨 있던 진흙이 융기해 형성된 석회석으로 만들어진 덕분이란다. 이곳 명물인 새카만 포장 도로는 인근 베수비오산에서 가져온 현무암이다. 런던 자연사박물관 수석 고생물학자인 저자는 지질학을 단지 무미건조한 과학의 한 분야가 아니라 우리 삶 속 깊이 연관을 맺고 있는 한 부분으로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작가의 다양한 지식을 책 한 권에 담느라 다소 길어진 느낌이지만 작가와 현지를 동행한다는 상상력을 발휘해 읽어 보면 수월히 책장을 넘길 수 있다.

김필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