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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회복세 둔화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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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경기 회복세가 주춤해지고 있다. 올 상반기 경기 회복을 이끌었던 내수와 건설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공백을 수출과 투자가 메워주길 기대했지만 해외 여건이 좋지 않아 수출과 투자도 당초 기대만큼 늘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생산·내수·건설 등 대부분의 지표가 악화됐다. 통계청은 9월에 추석연휴가 끼어 지난해 9월에 비해 조업일수가 이틀 정도 줄어든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지난해 추석은 10월에 있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업일수가 줄어든 계절적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둔화폭이 생각보다 크다며 경기 둔화가 구조적 현상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경기지표 악화=9월 생산은 지난해 9월에 비해 3.4%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 2월을 바닥으로 크게 늘다가 7개월 만에 상승폭이 뚝 떨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제조업 가동률도 전월의 77%에서 9월에 74.6%로 낮아졌다. 승용차에 대해 특소세를 다시 물리면서 자동차 생산이 줄고, 반도체 생산 증가율이 낮은 가격 때문에 둔화된 영향이 컸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민간소비를 나타내는 대표적 내수 지표인 도소매 판매 증가율도 2.9%로 18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향후 내수를 가늠해볼 수 있는 내수 출하도 2.9% 줄어 1년2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8월부터 꺾이기 시작한 건설경기는 9월들어 더 나빠져 국내 건설 기성(공사 대금)이 10.2% 감소하며 본격 조정국면을 맞고 있다.

또 지난 4월부터 회복세를 보인 수출도 증가율이 크게 둔화됐다. 7∼8월 두자릿수를 보였던 수출 증가율이 9월에는 8.2%에 그쳤다. 수출 증가율은 비교시점인 지난해의 부진 때문에 높은 수준을 유지했는데 그나마 다시 주춤해진 것이다.

투자는 2.8% 증가해 두달째 증가세를 이어갔으나 본격적인 회복기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경기 둔화되는 듯=통계청 김민경 경제통계국장은 "경기지표가 부진하지만 추석연휴를 감안하면 7∼8월에 비해 크게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0.7%포인트 늘고, 통상 6∼9개월 후의 경기를 나타내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도 4개월 만에 0.3%포인트 증가세로 돌아선 점을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재정경제부도 "세계 경기가 급속히 둔화될 경우 우리 경제도 회복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로서는 올해 6%대 성장, 내년에 6% 내외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좀 다르다. 현대경제연구원 김주현 부원장은 "부동산과 증시가 꺾이면서 소비도 위축되고 있다"며 "수출과 투자가 이를 대신해줘야 하는데, 수출은 세계 경제불안으로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고, 투자도 5~6%정도 증가해야 정상적인데 아직 여기에 못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경기 순환주기가 짧아지면서 이번 경기회복 국면이 1년여 만에 끝날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금융연구원 정한영 거시금융팀장은 "현 경기는 정점에 가까워지면서 증가세가 둔화되는 상황"이라며 "내년 하반기께 하강국면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내년 경기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KDI)조동철 거시경제팀장은 "내년 소비가 올해보다 둔화되고 물가가 불안해지면서 성장률이 5.3%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고현곤 기자

hkkoh@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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