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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맛 반 입맛 반'재미 두배 전통 도자기로 멋낸 한국요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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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오목한 분청에 담겨 나오는 노란 호박죽, 질박한 옹기에 담긴 구절초 무침, 은은한 청자에 펼쳐진 갖가지 전, 다소곳한 백자 속의 기름진 쌀밥, 황토 화로의 석쇠에서 지글거리는 양념 갈비….

경기도 이천의 음식점에 가면 갖가지 전통 도자기가 그위에 차려진 음식보다 눈을 먼저 끈다. 음식 맛의 반을 눈으로 즐긴 뒤에 입으로 맛을 느끼니 즐거움이 두배가 된다.

분식집 규모 이상의 음식점에서는 대부분 도자기에 음식을 담아내는 곳이 도요지 이천이다. 그러나 그동안은 도자기라고 해도 희끄무레한 생활도자기가 대종을 이뤘던 것이 사실이다.

왕실자기·예술자기·생활자기를 두루 어우르는 이 지역에서 어느 음식점엘 가도 그게 그것인 그릇을 대하는 것은 정말 재미없는 일이었다. 아니 어색한 일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도자기 엑스포를 계기로 특색 있는 우리 도자기의 실용화, 우리 먹거리 문화 알리기가 확산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 최대 도요지로 알려진 경기도의 광주·이천·여주는 그래서 월드컵 기간에도 무척 바빴다.

당시 다녀간 외국인 친구도 얼마전 나에게 "한국 전통음식의 맛에 감동했고 그것을 담아 낸 전통도자기의 멋에 흠뻑 취해버렸다"고 e-메일을 적어 보냈다.

나지막한 산 기슭의 고즈넉한 산방에서 받은 찻상, 위풍당당한 전통 한옥의 대청마루에서 받은 밥상 역시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젠 백자를 애써 흉내낸 멜라민 수지 그릇이나 번쩍거리는 스테인리스 그릇이 슬슬 숨어버리고, 전국 어딜 가든 냉면이 큼지막한 도자기에 얼음 둥둥 띄워 나오면 정말 좋겠다.

얼큰한 추어탕이 투박한 오지 그릇에 김을 설설 올리며 상에 놓이면 더 더욱 좋겠다. 보기에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했다. 틀림없는 말이다.

홍혜선 (푸드&와인 컨설턴트 sunnyhong2@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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