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중앙일보 서울국제마라톤>검은철각들 "우승 내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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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중앙일보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 출전할 세계적 마라토너들이 속속 입국,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 여장을 풀고 훈련에 들어갔다.

조세파트 키프로노(29) 등 5명의 케냐 선수들은 지난 28일 입국해 29일 오전 올림픽공원에서 한시간 가량 조깅으로 몸을 풀면서 컨디션을 조절했다.

이들은 "중앙마라톤에 대비해 철저히 훈련해 왔다"며 "컨디션이 좋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2001 로테르담마라톤(2시간6분50초)과 1999년 베를린마라톤(2시간6분44초)에서 우승한 키프로노는 훈련 뒤 "한국의 날씨가 좀 춥기는 하지만 몸 상태가 좋아 우승을 자신한다"며 "기록이 어떻게 나올지는 당일 페이스메이커들이 얼마나 당겨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선두에서 레이스를 이끌겠지만 초반부터 무리하게 나서지는 않겠다는 전략인 듯하다.

키프로노는 지난주 국제도로경주협회(AIMS)에 의해 '2001 최고의 마라토너'로 선정된 바 있다.

프레드 키프로프(28)는 "전에 일본 후쿠오카에서 달려본 적이 있기 때문에 이 정도 추위는 문제되지 않는다"며 기록에 대해서는 "아직 코스를 둘러보지 못해 장담하긴 어렵지만 2시간7∼8분대로는 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높고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 안락한 숙소가 마음에 든다"며 흡족해 했다.

그러나 동료 프랜시스 킵케터(26)는 "생각보다 날씨가 춥다"고 말해 주말에 한파가 들이닥칠 경우 아프리카 선수들에게는 어려운 레이스가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한편 이번 중앙마라톤을 통해 재기를 노리는 '2인자' 김이용(29·사진)도 29일 선수촌인 올림픽파크텔에 입촌했다.

99년 로테르담마라톤에서 역대 국내 2위인 2시간7분49초의 빼어난 기록을 수립한 김이용은 한때 세계를 제패할 기대주로 각광받았으나 이후 계속되는 악재로 시련을 겪었다. 그해 말 소속팀 코오롱과 결별했고, 이어 군에 입대한 뒤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해 시드니 올림픽에는 출전하지도 못했으며 고질적인 발목 부상까지 겹쳤다. 지난해 12월 군에서 제대했지만 새 둥지를 찾지 못해 방황을 계속하다 지난 3월 미국으로 건너가 개인훈련을 해왔다.

실업팀 창단 소식을 듣고 지난 7월 귀국한 김이용은 창단이 무산되는 바람에 다시 좌절했으나 은사인 황규훈 감독의 배려로 모교인 건국대에서 후배들과 함께 훈련하며 재기의 각오를 다져왔다.

신동재 기자

dj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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