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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유출한 나비표본 서울로 귀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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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북한산 나비표본 2000점 중에는 멸종위기인 상제나비가 포함돼 있다. 국내의 또 다른 상제나비표본(윗 사진). 헝가리 자연사 박물관에 소장된것으로 알려진 한라애기밤나방. [중앙포토]

북한이 해외로 유출했던 곤충표본 2000점이 국내로 되돌아왔다. 2008년 이후 국립생물자원관이 펼친 반환 노력의 첫 결실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8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헝가리자연사박물관이 보유하고 있던 북한산 곤충표본 30여만 점 중 나비표본 2000점을 지난달 말 국내로 들여와 세관 통관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나무로 된 곤충상자 7개에 차곡차곡 담긴 곤충표본은 이르면 9일 생물자원관 측에 인계된다. 연말까지 딱정벌레 등 500점이 추가로 반환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농촌진흥청이 해외에서 토종 종자를 되돌려 받은 적은 있으나 생물표본을 대규모로 반환받은 것은 처음이다.

생물자원관 박선재(곤충학) 박사는 “이번에 들여온 표본 중에는 환경부가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한 상제나비 등 북한에서 채집한 나비 350여 종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생물자원관 측은 표본에 적힌 학명을 바탕으로 우리말 곤충 이름을 파악해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다.

상제나비는 1998년 이후 남한에서는 관찰되지 않고 있는 종이다. 일부에서는 북방계인 이 나비가 지구온난화 탓으로 남한에서 사라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채집 장소와 채집 시기 등이 함께 적혀 있는 나비 표본을 분석하면 북한 내 나비 분포는 물론 기후변화가 한반도 곤충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까지 파악할 수 있을 전망이다.

나비는 농약 살포와 공해물질, 기온 상승 등에 민감하기 때문에 국제적으로도 환경 변화를 파악하는 중요 지표종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 곤충학자들이 연구자료를 모으기 위해 헝가리까지 방문한 이유다. 헝가리는 70~2007년 모두 27차례에 걸쳐 대규모 채집 조사단을 남북한에 파견, 곤충 등 30만 점의 한반도산 동물 표본을 채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중국 등에서는 북한 곤충표본 1개가 수십 달러씩에 거래되기도 했다. 북한에서 해외로 반출된 곤충표본은 모두 150만 점에 이르는 것으로 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생물자원관의 오경희 생물자원연구부장은 “반출됐던 생물표본이 국내로 되돌아오게 된 것은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헝가리 현지를 방문해 공동연구를 제안하면서 설득한 결과”라고 말했다. 양국 연구팀은 공동연구를 통해 올해 헝가리 측이 보유한 북한 곤충표본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곤충도감도 제작할 예정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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