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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고향 같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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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면

국내에서 대중적인 사랑을 받아온 소프라노 색소포니스트 케니 지(사진)가 최근 '파라다이스'란 제목의 새음반을 내고 한국을 찾았다. 낭만적이면서도 유려한 연주로 팬들을 사로잡은 그가 지금까지 국내에서 판매한 음반은 무려 4백만장. 솔·펑크·리듬 앤드 블루스 등의 장르를 모두 섭렵한 이번 음반을 만들기 위해 그는 3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인터뷰가 시작되기 전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케니 지는 놀랍게도 '아리랑'을 휘파람으로 멋지게 불고 있었다. 정확한 멜로디였고, 소리는 그의 색소폰 소리처럼 매끈했다. 깜짝 놀란 기자가 "언제부터 이 노래를 알았냐"고 묻자 그는 "너무 오래돼 언제 배웠는지 기억이 안난다. 그만큼 오래 됐다"고 답했다. 그는 또 "한국의 멜로디는 내 음악과 통하는 점이 많다"면서 "나는 이 멜로디가 담고 있는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음반에 대해서도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만만했다. 그는 이번 음반을 "내 최고의 음반"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이번 음반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새롭고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뮤지션한테는 뭔가 다른 것을 절박하게 보여줘야 하는 시기가 있는 법인데, 이번이 나한테는 바로 그 기회였던 것 같다."

음반을 만드는 데 3년이 걸린 이유를 "리듬감을 충분히 살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 음반이 기존의 케니 지 음악과 많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아 즐거웠다"고 했다.

이번 음반엔 여가수 샹테 무어가 보컬로 참여한 '원 모어 타임'과 브라이언 맥나이트가 작사·작곡·보컬·프로듀싱을 맡은 '올 더 웨이' 등 두 곡의 보컬곡이 포함돼 있다. 역시 그는 정통 재즈보다 팝에 가까운 감성을 지닌 듯하다. 그래서 재즈보다는 팝에 친숙한 음악 팬한테 많이 어필했는지 모른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것처럼 자신의 음악을 '낭만적'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내 음악이 낭만적인 것은 바로 내가 낭만적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내친 김에 "당신이 낭만적이라는 것을 어떻게 입증할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그건 내 여자친구들한테 물어보면 알 것"이라며 큰소리로 웃었다.

한국 방문은 이번이 여섯 번째. 그래서 "한국에 오면 집에 온 것처럼 편하다. 한국 문화의 한 부분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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