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돼준 아들 덕에 금메달 땄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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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몸이 불편한 아버지의 금메달 뒤에는 아들의 헌신적인 도움이 있었다. 지난 27일 부산 아태장애인대회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편무조(48·사업·서울시 도봉구 창동)씨 곁에는 아들 대수(22·대학 휴학 중)씨가 그림자처럼 붙어다닌다.

사격경기 운영요원으로 참가하고 있는 대수씨는 주최 측의 배려로 아버지 편씨의 이동·식사·목욕 등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실탄 장전·표적지 교환·소총 망원경 초점조정 등 경기진행을 도와왔다. 편씨는 아들의 도움과 응원에 힘입어 개인전에서도 은메달을 따내 이번 대회에서 2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버지 편씨는 대수씨가 초등학교 1학년이던 1987년 육군 중사로 근무하다가 차량 전복사고로 다리를 다쳐 지체장애 1급 장애인이 됐다.

대수씨가 아버지를 쫓아다니며 도우미 역할을 하게 된 것은 95년 핀란드 국제대회 때부터다. 핀란드 대회를 앞두고 장애인사격대회를 참관했다가 아버지의 메달을 향한 집념을 확인하고 손발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 전까지는 아버지와 함께 외출조차 꺼리던 대수씨였다.

편씨는 지난해 7월 경기도 화성에서 열린 세계장애인사격대회에서 2관왕에 올라 아들의 도움에 보답했다. 대수씨는 이번 대회에서 경기 도우미 역할만 하기로 했다가 아버지와 선수촌에서 함께 지내기 위해 아예 경기 운영요원을 지원했다. 요즘 이들 부자는 선수촌에서 함께 묵고 있다.

편씨는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놓쳐 아쉽지만 단체전 금메달을 따게 돼 만족스럽다며 아들이 옆에 있으면 사격 표적이 눈에 크게 들어온다며 기뻐했다.

부산=김관종 기자

istorkim@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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