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정부·기업·학교'어깨동무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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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시 동쪽 외곽의 리처드슨 거리. 항구가 가까워 창고와 공장으로 우중충한 공단지역을 형성했던 이곳은 최근 멀티미디어 단지로 탈바꿈이 한창이다.

영상 특수효과 전문제작사인 메테오르 스튜디오는 이곳에서 가장 잘나가는 업체 중 하나다. 마케팅 담당 클레 그리솔은 "1년 전 이곳으로 이주한 뒤 거래사가 2개에서 60개로 늘었다"며 "애니메이션 및 방송 제작사들이 많아 업체 간 교류가 쉽고, 영어와 불어가 공존하는 이 지역의 특성상 영업에 유리할 때가 많다"고 소개했다.

이곳에 업체들이 몰리는 이유는 몬트리올시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다. 대표적인 정책이 '멀티미디어 도시 몬트리올'.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 멀티미디어 관련 업체에 각종 부동산 혜택을 제공하고, 2013년까지는 종업원 1인당 연간 1만5천 캐나다달러(약 1천1백80만원)까지 40%에 달하는 세금우대 혜택을 주는 것이 기본 골자다.

"기업에 대한 부담을 세계 최저수준으로 줄이면 자연히 일자리도 늘어나고, 재능있는 인력들이 많아지면 경쟁력 있는 업체도 늘어난다"는 것이 퀘벡주 문화부의 국제담당 앙리 듀퐁의 얘기다.

듀퐁과 몇몇 업체를 돌아보면서 기자는 "정부가 많이 도와줘서 고맙다"는 업체 관계자들의 진심어린 말을 수차례 들을 수 있었다. 2000년 아카데미 단편애니메이션 부문 수상작인 '노인과 바다'를 만들었던 파스칼 블라이스의 버나드 레요이 부사장은 듀퐁에게 "텔레필름 기금·인터넷 기금 등 각종 기금융자 및 재정지원책을 아주 유용하게 활용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세금혜택 등이 직접 지원이라면 업체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간접지원에 속한다. 2000년 설립된 '얼라이언스 뉴메릭'은 퀘벡주의 디지털 관련업체, 특히 중소기업들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캐나다와 퀘벡주의 재정지원을 받는 비영리기구인 얼라이언스 뉴메릭의 가장 큰 역할은 시장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업체에게 제공하는 것. 퀘벡주가 캐나다는 물론 미국·남미·유럽·아시아에 이르는 거대 시장의 진정한 '허브'로서 자리잡도록 하겠다는 치밀한 전략이다.

업체에 대한 지원은 다시 학교로 이어진다. 국립 애니메이션·디자인센터(NAD)는 업계와 학계를 잇는 대표적인 기관이다. 이곳의 교수 중 70%는 애니메이션 및 게임회사의 현직 중견간부들이다.

"미디어 콘텐츠 분야는 너무 빨리 변하기 때문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NAD 홍보담당 수잔 기에브르몽의 말이다. 교수들은 업체에서 막 개발된 소프트웨어 시제품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학생들은 이를 이용해 24시간 개방된 센터에서 창의력을 펼친다.

재주가 뛰어난 학생들은 교수들에 의해 해당 회사로 일찌감치 스카우트된다. 1년 과정으로 비록 학위는 없지만 NAD 출신이라면 업계에서 서로 모셔가려 한다고 기에브르몽은 덧붙였다.

정부가 기업을 지원하고, 기업은 사람을 키우고, 인재는 강한 국가를 만드는 이상적인 순환이 지금 캐나다 퀘벡에서 뜨겁게 진행 중인 것이다.

몬트리올=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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