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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용 가스로 인질이 사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러시아가 인질극 진압작전에서 사용한 특수가스로 1백여명 이상의 인질들이 사망함에 따라 러시아가 화학무기금지협정(CWC)을 위반했는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화학무기금지협정은 1997년 4월에 발효된 국제조약으로 현재 미국·일본·한국을 비롯한 1백73개국이 가입해 있다. 러시아도 97년 11월 이 협정을 비준했다.

협정은 화학무기의 사용은 물론 생산·저장, 다른 국가로의 수출·기술 이전 등을 모두 금지하고 있다. 협정은 이를 위해 신경작용제·수포작용제 등 금지가스 목록도 구체적으로 만들었다. 이라크가 80년대 이란과의 전쟁에서 사용한 겨자가스(HD)나 95년 일본 옴 진리교 교인들이 도쿄(東京) 지하철에 살포해 일본 사회를 경악시킨 사린이 여기에 포함돼 있다.

현재까지 러시아 당국이 가스 성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협정의 위반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진압작전에 나섰던 러시아 알파부대의 한 간부는 28일 "이 가스는 군사용이 아닌 비살상 마취용"이라고 주장했다. 모스크바 시립병원의 마취의 예브게니 예브도키모프도 이 가스는 향정신성 물질로 고농도로 분사될 경우에만 의식불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신들은 단순한 마취 물질이 아닌 금지된 독가스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27일 "상당수 인질들이 여전히 중태라는 점에서 단순 진정제가 아닌 금지된 신경작용제일 수 있다"며 사린·VX 같은 신경작용제를 지목했다. 사린 등은 신경계를 극도로 흥분시켜 근육 경련이나 발작을 초래한다.

채병건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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