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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市政도 밀어붙이기로 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명박 서울시장이 취임 4개월 만에 '비전 서울 2006'이란 제목으로 임기 중 추진할 시정 4개년 계획을 내놓았다. 난마처럼 얽힌 서울의 문제를 20대 중점과제로 풀어 세계 4위의 일류도시로 탈바꿈시킨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의욕이 너무 앞선 데다 장밋빛 일색이어서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우선 개발을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이다. 청계천을 2005년까지 복원하고, 강북의 3개 뉴타운 시범 개발은 2006년까지 도시기반공사를 끝낸다니 과연 이렇게 서두를 일인가. 청계천을 깨끗한 물이 흐르는 자연하천으로 복원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교통문제나 주변의 무질서한 상가 개발은 어쩔 것인지 대책도 여론수렴도 제대로 안됐다. 강남·북 균형개발을 위해 20대 과제의 최우선에 둔 강북 개발 이외에 마곡지구 조기 개발, 장지·발산 택지지구 등 각종 개발계획이 어지럽게 터져나오고 있다. 李시장 취임 후 나온 크고 작은 개발계획 대상지역이 18곳이나 된다니 서울이 온통 공사판이 될까 걱정이다. 서울 전체를 아우르는 큰 그림 없이 밀어붙이면 또다른 마구잡이 개발을 초래하고 부동산 투기 등 부작용을 부를 수도 있다.

또 교통문제에 너무 소홀하다. 강북 뉴타운 개발에 따른 인구와 교통량 증가는 그렇지 않아도 포화상태인 도심 교통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청계천을 복원하고 시청앞과 광화문·숭례문에 광장을 만들면 교통대란이 불가피하다. 서울시가 마련한 대중교통체계 개편과 일부 간선도로 기능 개선 등의 대책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대 과제를 추진하는 데 필요한 15조원의 재원 마련도 숙제다. 서울시는 낭비성 예산을 없애고 경영기법과 신기술을 도입하면 가능하다고 하지만 한해 예산이 11조원 정도인 서울시로서는 좀 더 구체적인 재원 조달방안을 내놓아야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개발 사업이 지지부진하면 시민들에게 오히려 짐만 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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