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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SERIES 2002>Amazing 놀라운 천사들 Angels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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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면

신데렐라 이야기는 역시 해피 엔딩으로 끝나야 제격이다.

패기·뚝심·행운의 삼박자가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 애너하임 천사들(에인절스)이 마침내 천국으로 날아올랐다. 에인절스의 홈구장 에디슨 필드를 팀 상징색인 진한 붉은빛으로 가득 메운 팬들의 물결은 젊은 전사들의 아름다운 결말을 축복하는 레드 카펫이었다.

<관계기사 s2면>

올해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최대 이변의 주인공 애너하임 에인절스가 1961년 팀 창단 이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다.

에인절스는 28일(한국시간) 홈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월드시리즈 최종 7차전에서 4-1로 역전승, 종합전적 4승3패로 월드시리즈 첫 출전에서 우승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6차전에서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친 자이언츠와 벼랑 끝에서 회생한 에인절스의 최종 승부에서 두 팀은 팀 컬러가 그대로 드러나는 선발투수를 기용했다.

더스티 베이커 자이언츠 감독은 97년 플로리다 말린스를 월드시리즈 챔프로 이끌며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던 리반 에르난데스를, 마이크 소샤 에인절스 감독은 올해 빅리그에 데뷔한 23세의 존 래키를 출격시켰다. '노련미의 자이언츠'와 '패기의 에인절스'의 대결 양상이 그대로 압축돼 있는 투수 기용이었다.

1회말 에르난데스가 볼넷 두개로 흔들렸으나 에인절스의 2루주자 데이비드 엑스타인의 주루 실수로 찬스가 무산되자 자이언츠는 곧바로 반격했다. 자이언츠는 2회초 1사 1,3루에서 레지 샌더스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뽑았다.

그러나 뭔가 부족한 듯한 '잽' 한방은 이번 시리즈 2,6차전을 뒤집은 '역전의 명수' 에인절스의 투지에 오히려 불을 지피는 결과가 됐다.

에인절스는 0-1로 뒤진 2회말 2사 1루에서 벤지 몰리나의 적시 2루타로 동점을 만든 뒤 3회말 무사 만루에서 개럿 앤더슨의 싹쓸이 2루타로 4-1로 뒤집었다.

에인절스는 이후 브랜든 도넬리-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트로이 퍼시발 등 막강 불펜진을 총동원하며 승리를 지켰다. 선발 래키는 5이닝 동안 4안타·1볼넷·1실점으로 승리를 따내 1909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베이브 애덤스 이후 93년 만에 신인으로 월드시리즈 7차전 승리투수가 되는 영광을 안았다.

MVP는 이번 시리즈에서 홈런 세방(포스트시즌 7개), 8타점, 타율 0.385를 기록한 에인절스의 거포 트로이 글로스에게 돌아갔다.

뉴욕 자이언츠 시절이던 54년 이후 48년 만에 우승을 노리던 자이언츠는 4회 이후 에인절스의 타선을 1안타로 묶으며 끊임없이 뒤집기를 노렸으나 타선 불발로 무위에 그쳤다.

최종전에서 3타수 1안타, 볼넷 1개로 분전한 배리 본즈는 에인절스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더그아웃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며 17년을 간직해온 월드시리즈 챔피언의 꿈을 접었다.

김종문 기자

jmoon@joongang. co. kr

"어린 시절 집 창고에서 혼자 방망이를 휘둘렀던 무수한 시간들이 바로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 팬들에게 월드시리즈 우승을 선사한 애너하임 에인절스의 멤버라는 사실이 너무도 자랑스럽고 감격스럽다. "

에인절스의 거포 3루수 트로이 글로스(26)는 월드시리즈 최우수 선수(MVP)에 선정되는 순간 자신의 방망이와 헬멧을 하늘로 힘차게 던져올렸다. 캘리포니아주 남부 타자나의 뜨거운 태양을 먹고 자란 글로스의 방망이는 이번 시리즈 내내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앞에서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훨훨 타올랐다. 글로스는 월드시리즈에서 세개 등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모두 일곱개의 홈런을 터뜨려 본즈(8개)와 호각지세를 이뤘다.

1m95㎝·1백11㎏의 거인인 글로스는 1998년 빅리그에 데뷔한 이래 거구답지 않은 부드러운 스윙으로 급속히 정상을 향해 줄달음질해 왔다. 2000년 시즌에는 47개의 홈런을 터뜨려 아메리칸리그 홈런왕에 오르기도 했다. 올시즌 타율은 0.250밖에 되지 않았으나 홈런이 30개, 타점이 1백11점으로 찬스에 특히 강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번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4-5로 따라붙은 8회말 무사 2,3루에서 자이언츠의 마무리 롭 넨에게 2타점 역전 2루타를 뽑아내는 장면에서 '해결사' 글로스의 진면목을 볼 수 있었다. 그 결과 최종 7차전에서는 삼진 두개, 볼넷 두개에 그친 그에게 MVP의 영광이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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