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눈치보며 조정장세 지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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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지난 주 국내 증시는 10월 셋째 주의 상승 열기를 이어가지 못한 채 하락세로 마감했다.

종합주가지수는 셋째 주 말에 비해 2.2%, 코스닥지수는 4.7% 빠졌다. 단기 급등에 따른 숨 고르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망스러운 결과다. 미국 증시가 지난 주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주간 단위로 3주째 오른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지난 주에 하락 폭이 컸던 업종은 은행(-7.9%)과 유통(-5.2%)이었다. 가계여신 부실 및 카드연체 문제, 소비 둔화로 인한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북한의 핵 개발 시인 파문이 확산하는 것도 투자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데 한몫 했다. 이번 주에도 사정이 크게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

우선 미국 증시 안정의 지속성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점이 걸린다. 최근 미국 주가상승을 이끈 3분기 기업 실적 발표는 이제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 다시 거시경제 지표가 관심을 끌 때가 됐다. 하지만 미국 경기가 호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최근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의 경기동향을 종합해 내놓은 '베이지북'은 미국 경제 활동이 여전히 침체 상태에 머물러 있음을 확인해 줬다.

국내 증시 수급의 열쇠를 쥐고 있는 외국인투자자의 동향도 여전히 유동적이다.

지난 주 시장은 외국인의 대량 선물 거래에 따른 프로그램 매매로 장중 등락이 심했다. 이는 외국인이 장기투자를 외면한 채 '치고 빠지기'식 단타 매매에 치중한 결과다. 특별한 상승 계기가 나타나지 않는 한 외국인은 이러한 투자 패턴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은 지난주 4백80억원의 순매도로 돌아섰다. 그러나 고객예탁금이 9조원대로 올라서는 등 증시 자금 여건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반도체 가격이 연일 오르고, 이라크 전쟁에 대한 우려 감소로 석유값이 떨어지는 등의 호재도 시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번 주에도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는 다소 덜어도 될 것 같다.

chajy@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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