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아이스 발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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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호 02면

정말 무덥습니다. 이럴 땐 이열치열(以熱治熱) 쪽이신가요, 이한치열(以寒治熱)하시는 편이신가요. 전 더울 땐 땀을 쭉 내자는 주의지만, 이번엔 차가운 쪽을 골랐습니다. 아이스 발레 공연을 보러 갔다는 얘기를 괜히 돌려 말했습니다. 날도 더운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 아이스발레단이 국내 순회공연을 시작했습니다. 수원·군포를 거쳐 서울 공연(5~11일)을 마친 뒤 이천(13일)과 대전(17일)으로 내려갑니다. 국내 공연이 벌써 13년째라네요. 올해는 프로코피예프의 ‘신데렐라(사진)’와 차이콥스키의 ‘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무대에 올렸습니다.

아이스 발레는 스케이팅일까요, 발레일까요. 젊은 시절 피겨 부문 ‘러시아 마스터 오브 스포츠’로 선정됐던 미하일 카미노프 단장은 발레에 방점을 찍습니다. “우리가 준비한 공연은 20세기 러시아 대표 발레며 그것들이 단지 얼음 위에 있을 뿐이다.” 이번 서울 공연이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이유입니다. 95년 이후 무대 세트가 설치 가능한 극장에서만 공연해 오면서 이를 아이스 쇼와의 차별화 포인트로 삼고 있다네요.

근엄하던 오페라 극장 무대에 두툼한 얼음이 깔려 있는 모습은 색달랐습니다. 12.2×12.2m 크기의 얼음판은 세계적인 선수들이 김연아 같은 점핑을 하기엔 좁아 보였지만, 신데렐라와 왕자가 유연한 모습으로 얼음을 지치기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얼음판 위에서 가끔 울려 퍼지던 “서걱” 하는 소리가 더운 땀을 식혀 주었습니다. 소리는 더위를 잠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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