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기차, 지리산 올라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언덕길에서 힘이 뚝 떨어지는 것이 약점이던 전기차가 가파르고 꼬불꼬불한 지리산 산악도로를 올라갈 수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다. 국내 전기차 핵심기술 전문기업인 레오모터스가 5일 성공했다.

레오모터스는 이날 GM대우의 경트럭 라보(배기량 796㏄)를 개조한 전기차로 지리산 천은사~성삼재휴게소 10여㎞ 구간을 시속 50㎞ 이상의 속도로 달리는 데 성공했다. 주행에 쓰인 차량은 엔진을 완전히 들어내고 이 회사의 전기구동 장치를 달았다. 힘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약 350㎏의 짐까지 실었다. 목적지인 성삼재는 해발 1100m 지점으로, 경사 20도 이상의 도로를 올라가야 한다. 급커브 구간도 계속 이어진다.

하지만 전기차는 가파른 도로를 쉼 없이 달려나갔다. 중반 이후에는 취재진의 버스와 간격이 벌어져 전기차의 주행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이날 주행에는 이 회사가 만든 전기 스쿠터 두 대도 참여했다.

전기차의 언덕길 주행에는 이 회사가 개발한 ‘전기 채찍’ 기술이 사용됐다. 기존 전기차는 언덕을 올라갈 때 전기모터에 과부하가 걸려 고열이 발생하고 힘이 떨어졌다. 최악의 경우 차가 서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레오모터스는 모터의 힘이 떨어질 때마다 필요한 양만큼의 전기를 강하고 짧게 넣어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돌아가는 팽이의 회전력이 떨어질 때 채찍으로 때려주면 다시 힘차게 도는 것에서 힌트를 얻었다. 전기차로 개조한 라보는 일반도로에서 시속 140㎞까지 달릴 수 있다.

지리산=김선하 기자, 박성진 인턴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