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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풍부한 자치공화국 對러시아 독립투쟁 11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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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체첸은 러시아 서남부 카프카스 산맥 북부에 있는 자치공화국으로 1859년 러시아에 병합됐다. 경상북도만한 면적(1만9천여㎢)에 인구도 1백만명에 불과하나 풍부한 석유 매장량을 자랑한다.

체첸족·잉구슈족으로 구성된 주민들은 이슬람교도로 독립을 열망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체첸이 독립하면 엄청난 석유 이권을 포기해야 하는 데다 러시아 연방내 인근 지역 소수민족들(잉구슈·오세티야 등)의 독립 움직임이 가열될 것을 우려해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체첸인들이 소련 해체 직후부터 지금까지 11년간 러시아에 대항해 독립투쟁을 벌여온 것이 '체첸내전'이다.

러시아는 소련이 해체되던 1991년 11월 체첸이 독립선언을 하자 처음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주변 지역으로 독립 움직임이 번지자 94년 말 체첸을 공격, 이듬해 3월 수도 그로즈니를 점령했다. 그러나 체첸 반군은 카프카스 산맥으로 거점을 옮기고 항전을 계속한 끝에 96년 8월 그로즈니를 수복했다.

치욕적 패배를 당한 러시아군은 5년 간의 과도기간을 설정, 이 기간 중 체첸의 독립을 결정하는 의회를 구성하는 내용의 휴전협정에 합의,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99년 모스크바에서 아파트 폭발로 3백여명이 숨지는 등 테러가 빈발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총리(현 대통령)는 체첸 지역에 재차 병력을 투입, 지금까지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체첸에서만 사망자 6만여명, 난민 15만여명이 발생했고 러시아군도 3천8백여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체첸을 독립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9·11 테러 이후 국제정서가 '반(反)테러'로 돌아선 데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에 협조해 주는 대가로 러시아의 체첸 공격을 묵인하고 있어 반군의 입지는 좁아졌다. 이번 인질극은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벼랑끝 전술로 보인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체첸 내전 일지

▶91년 11월 조하르 두다예프 체첸 대통령, 독립 선언

▶94년 12월 러시아, 체첸 침공

▶95년 3월 러시아, 그로즈니 점령

▶96년 3월 러시아, 두다예프 살해

▶96년 8월 반군, 그로즈니 수복, 러시아와 휴전 협정 체결

▶96년 11월 러시아군 철수

▶99년 10월 러시아, 체첸 재침공

▶2000년 1월 러시아, 그로즈니 재점령

▶2002년 10월 러시아, 체첸 반군 지도자 아르비 바라예프 살해

▶2002년 10월 23일 체첸반군, 모스크바 극장에서 수백명 인질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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