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측근·거물 관료들 남한 경제 보러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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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번 북한 경제시찰단에는 박남기(74)국가계획위원장을 비롯한 북한경제를 총괄하는 핵심인물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노동당 내 측근들이 두루 망라돼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金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56)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서울 행보에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단장인 朴계획위원장은 북한 경제를 실질적으로 기획ㆍ집행하는 최고 실무책임자로 지난 7월 1일 단행된 물가·임금인상 등 경제관리 개선 조치를 주도하고 있는 경제관료다. 경제통계에 밝은 그는 80년대부터 金위원장의 경제자문역으로 일해왔으며 '경제관련 정책 아이디어는 박남기를 거쳐 보고하라'고 金위원장이 지시할 정도로 신임이 두텁다.

金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 당 부장의 남편인 張제1부부장은 노동당의 사실상 2인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실세로 이번 경제시찰단원 중 사실상 가장 비중 있는 인물이다. 그는 최근 金위원장이 가는 곳이면 분야에 관계 없이 동행하고 있어 金위원장의 '후계자'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는 현재 북한 권력의 총본산인 당 조직지도부 내에서도 사법ㆍ검찰ㆍ공안기관을 관장하고 있다. 金위원장이 경제문제와 거리가 먼 그를 경제시찰단에 포함시킨 것은 남한 경제의 실상을 여과 없이 보고할 수 있는 가장 믿을 만한 인물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송호경(62) 부위원장은 박지원 현 청와대 비서실장과 함께 2000년 4월 남북 정상회담에 관한 합의서를 도출해 낸 주역으로 남한에도 많이 알려진 인물.외무성과 노동당을 오가며 외교 및 통일문제를 관장해온 이 분야의 손꼽히는 전문가다. 특히 그는 현대그룹의 금강산사업에서 북한과 현대의 경협문제를 논의하는 파트너로 활약해 왔다.

보장(실무)성원으로 온 인물 중에서는 원동연 아태평화위 실장이 주목된다. 조국통일연구원 부원장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을 겸직하고 있는 그는 90년 남북 고위급 회담 당시 수행원으로 서울을 방문한 이래 각종 남북 대화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회담 일꾼'이다.

이외에도 김책공업종합대학 홍서헌 총장,김철호 김일성종합대학 컴퓨터과학대학 부학장이 포함돼 정보산업에 대한 북한 당국의 깊은 관심을 엿볼 수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金위원장은 지난 4월 방북한 임동원 대통령 특보에게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갈 것이나, 경제에 대해 잘 모르니 그쪽에서 잘 좀 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며 "이번 경제시찰단은 金위원장의 신임을 받는 고위 간부들로 구성됐다"고 평가했다.

정창현 기자

jch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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