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켈리특사 방북때 정상회담 제의 美 "의미 없다" 일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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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달 초 제임스 켈리 미국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방북했을 때 북한 측은 핵 문제 등의 일괄타결 방안을 '최고위급 대화'에서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미국은 이 제의를 일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23일 "평양회담 당시 미측은 이 제의를 '지나가는 말' 정도로 인식, 별다른 비중을 두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이 핵 개발을 먼저 포기하지 않는 한 정상회담은커녕 켈리 차관보급의 대화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게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의 분위기로 볼 때 '최고위급 대화'에 대한 북한과 미국의 주파수는 크게 다른 것 같다. 북한은 핵 개발 시인에 이어 정상회담을 통한 일괄타결이라는 야심적인 카드를 타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집권 직전인 2000년 말 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을 초청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여 방북을 추진했으나 플로리다 대선 파동과 중동 평화협상 때문에 막판에 이를 포기했다. 북한은 이를 경험 삼아 정상회담 카드를 꺼낸 것 같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공화당 정권의 접근은 완전히 다르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변하지 않는 한 급(級)을 막론하고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고, 이는 핵 문제로 더욱 확고해졌다는 것이다.

미국의 공식입장은 북한이 정상회담을 제의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국무부 당국자는 "그런 회담을 위한 북한의 구체적 제안은 없었다"고 밝혔다. 북한 측의 최고위급 대화 제의를 미국이 의미있는 제안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시각을 잘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이 당국자는 "북한은 먼저 핵 프로그램을 즉각적이고 가시적으로 폐기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ji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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