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드라마 시작도 안했는데…소란한 '제5공화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 MBC 정치다큐드라마 '제5공화국'의 한 장면. 전두환 전 대통령 역을 맡은 이덕화(右)씨와 박정희 전 대통령 역의 이창환씨가 지난 6일 청남대에서 촬영했다.

오는 3월 방영 예정인 MBC 정치다큐드라마 '제5공화국'도 '편향 논란'에 휩싸일 것인가. "객관적 사실을 있는 그대로 그리겠다"는 제작진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드라마를 한쪽 방향으로 몰고 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영웅시대를 조기 종영키로 한 MBC가 또 감당하지도 못할 일을 벌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 "'과(過)'만 그릴 우려"=지난해 12월 12일 첫 촬영을 시작한 '제 5공화국'은 총 40회로 방영될 예정. 현재 9회까지 대본이 나왔다. 제작진에 따르면 첫 회를 '10.26 사태'로 시작해 9회까지 '12.12 쿠데타'를, 이후 14회까지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그린다. 즉 전체 분량의 3분의 1 가량이 5공화국 출범 이전 사건으로 채워진다.

드라마의 기본 줄기는 12.12, 5.18 관련 수사.재판기록과 국회 청문회 자료 등을 따라간다. MBC 신호균 책임프로듀서는 "5공화국은 1988년 5공비리 청문회와 5.18 특별법에 따른 사법수사에 의해 그 행적이 낱낱이 파헤쳐졌다"며 "공식 기록을 근거로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견(異見)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MBC 관계자는 "검찰 수사기록은 범죄 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문서"라며 "이를 토대로 드라마를 만드는 것은 5공의 '과(過)'만 부각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왜 전화 취재 한번 없나"=일부에선 2년여에 걸쳐 드라마를 준비했으면서도 '5공 당사자'들의 증언을 듣지 않은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유정수 작가가 5.18 민주화운동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6개월 동안 광주에 가 살았던 것과 너무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12.12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 비서실장이었던 허화평씨는 "드라마를 만들면서 당사자에 대한 전화 취재 한번 없이 정치적으로 이루어진 재판의 기록에만 의존하면 되겠는가"라며 "드라마가 사실을 왜곡한다면 법적으로 대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 작가는 "당사자들을 만나봐야 자기 입장에 유리한 증언만 하기 때문에 별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책임프로듀서도 "5공화국 관련자들이 증언하겠다고 제작진에게 연락해오는 일이 많지만 만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지영 기자

*** 논란 일고 있는 드라마.영화들

'시대극'에 '논란'은 불가피한 부속물인가.

최근엔 드라마'영웅시대'와 영화 '그때 그사람들'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조기종영이 결정된 '영웅시대'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명박 서울시장에 대한 미화 논란과 여권의 외압설로 시끄럽고, 10.26 사건을 다룬 영화 '그때 그사람들'은 박 전 대통령의 아들 지만씨가 "고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과거에도 정치성을 띤 드라마는 늘 구설에 올랐다. 1991년 '땅', 93년 '제3공화국', 95년 '코리아게이트' 등의 드라마는 논란과 외압설에 시달리다 조기종영되기도 했다.

올해는 특히 제주 4.3 사건을 그린 영화 '끝나지 않은 세월'과 80년 언론통폐합을 다룬 영화'TBC 가족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등이 제작될 예정이어서 이해 당사자들의 명예훼손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