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로 보는 '로미오와 줄리엣'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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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이도령과 성춘향의 연애담이 그렇듯,아무리 들어도 물리지 않는 사랑이야기가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고전의 진면목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때가 끼지 않은 채 늘 신선한 영감을 주는 그런 작품 말이다.

셰익스피어의 이 원작 희곡을 모던한 이야기로 바꾸면 그럴싸한 뮤지컬이 된다. 몬테규와 캐플릿가(家)를 샤크파와 제트파로 바꿔 토미와 마리아의 사랑이야기로 꾸민 뮤지컬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이다. 일찍이 작곡가 구노와 벨리니는 오페라로 만들어 색다른 맛을 선사했다.

'몸의 예술' 발레라고 이 좋은 소재를 외면할 리가 없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나코의 몬테카를로 발레단 예술감독인 장-크리스토프 마이요(42)도 이 작품에 눈길을 준 사람 가운데 하나다. 그가 안무한 '로미오와 줄리엣'은 1996년 모나코에서 초연된 뒤 세계 곳곳에서 1백회 이상 공연된 명작이다.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은 국립발레단은 오는 25∼29일 이 작품을 마이요 안무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마이요는 2000년 이 작품의 국립발레단 초연 때에도 안무를 맡은 바 있으나, 막상 조안무자에게 지도를 맡기고 본인은 오지 않았었다. 이번에는 직접 와서 안무를 담당한다.

초연 때 처럼 이번에도 무대장치와 의상을 몬테카를로 발레단으로부터 빌려온다. 그뿐 아니라 주역 무용수(로미오 역의 크리스 룰란트와 줄리엣 역의 베르니스 코피에터스)와 지휘자·기술 스태프의 지원도 받았다. 몬테카를로 발레단과의 합작품인 셈이다.

마이요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다른 안무가의 작품과 다른 점은 등장인물에 대한 독특한 해석이다. 청순한 줄리엣은 자아가 강한 분별력 있는 여성으로, 로미오는 소년과 청년의 복합적인 이미지를 가진 사내로 그려진다. 또한 일반적으로 특징없는 주변 인물로 묘사되던 줄리엣의 어머니(캐플릿 부인)와 로렌스 신부가 비중있게 부각된다. 이 때문에 마이요 버전에서는 주역이 4명이다.

김주원·장운규,배주윤·이원국,베르니스 코피에터스·크리스 룰란트가 줄리엣과 로미오로 번갈아 출연한다. 전 워싱턴발레단 수석무용수인 조주현이 캐플릿 부인으로 이번 무대에 합류했다. 25·28·29일 오후 8시, 26일 오후 4시·8시, 27일 오후 4시. 02-587-6181.

정재왈 기자

nicola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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