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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In&Out 레저] 화천 산천어 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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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화천은 인구가 2만4000명밖에

안 되는 작은 군사도시다.

하나의 군에 3개 사단이 포진해 있다.

행여 군대에 일이 있어 군인들의 외출.외박이 금지되기라도 하면

사병들보다 화천 사람들이 더 힘들어 할 정도다.

그런데 지난해 1월,

이 작은 지역에 무려 60만명이 다녀갔다.

올해엔 70만명이 넘을 거라는 예상이다.

화천에서 열리는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도대체 맹추위 속에서도

군 인구의 30배나 되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은 무엇일까?

이번 주 위크앤은 화천의 비밀을 들춰봤다.

화천=최현철 기자<chdck@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 여행정보

춘천까지 46번 국도를 따라가다 의암댐 앞에서 좌회전해 403번 지방도로로 갈아탄다. 춘천댐에서 다시 좌회전해 5번 국도에 오르면 곧 화천읍에 닿는다. 춘천에서 40분 거리. 크게 네 개로 나뉜 행사장 중 루어낚시터는 항상 유료(성인 1만원)로 운영하며 얼음낚시는 월~목요일 무료, 주말엔 입장료 1만원을 받는다. 낚시 매장과 먹거리 장터는 강변을 따라 조성돼 있다. 시설은 읍내에 몰려 있지만 부족한 편. 주최 측은 축제장 인근에 200가구 정도의 민박집을 확보했다. 문의 화천얼음나라축제조직위원회, 1688-3005.

*** 얼음 위 풍경

"잡았다." 아이 팔뚝 만한 산천어가 얼음판 위로 끌려나와 팔딱댄다. 운 좋게 큰 놈을 건져 올린 청년은 얼음 위에서 퍼덕거리는 고기를 주체하지도 못하는 초보 강태공이다. "와, 크다." "어떻게 잡았대." 금세 주위로 사람이 몰려든다. 모두 제 낚싯대는 얼음 위에 팽개쳐둔 채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한동안 수군거리던 사람들이 갑자기 다른 곳으로 쏠린다. 30㎝쯤 되는 얼음 밑으로 이번엔 어른 팔뚝 만한 노란 색 물체가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황금송어다." "저거 잡으면 경품 준다는데." 황금송어는 뭇 사람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더니 어느새 자취를 감춘다.

10분 정도 비웠던 자리에 돌아와보니 낚시 구멍은 어느새 수면 쪽부터 살얼음이 끼고 있다. 뜰채로 얼음 조각을 건져내고 낚싯줄을 잡는다. "그러면 안돼. 얼음 속을 보다가 고기가 지나가면 잡아채야지." 이번엔 이 고장 출신 할아버지의 훈수가 쏟아진다. 정말 얼음 밑이 투명하게 다 보인다. 그 녀석이 가끔 '슉슉' 지나가는 게 보이지만 맘처럼 쉽게 걸려들지는 않는다. 크게 숨 한번 들이켜고 고개를 돌려본다. 아이 녀석은 벌써 친구들과 썰매를 밀며 신이 나있다.

*** 풍성한 놀거리

올해로 3회를 맞는 화천 산천어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얼음판 위의 산천어 낚시. 1급수에만 산다는 깨끗한 고기를 낚는 손맛과 앉은 자리에서 회를 쳐 입에 넣는 맛은 체감온도가 영하 15도까지 떨어져도 사람의 발길을 잡아끈다. 낚싯대며 미끼.떡밥 같은 번거로운 준비도 필요없다. 인공미끼가 달린 낚싯줄을 얼레에 감은 견지낚시를 2000원이면 살 수 있다. 아무리 고기가 많다 해도 한꺼번에 수만명이 몰리면 한 마리도 못 잡는 사람이 부지기수일 터. 주최 측에서는 매일 5천마리(금~일에는 1만마리)의 양식 산천어를 푼다. 30일까지 무려 18만마리다. 음식용까지 생각하면 20만마리 이상이 쓰일 예정이란다.

낚시가 지루해지면 바로 옆 눈썰매장과 얼음썰매장으로 옮겨보자. 강둑에서 강으로 이어지는 눈썰매장은 다른 곳과 달리 30m의 활강장을 내려온 뒤 얼음판 위로 100m씩 미끄러지는 묘미가 색다르다. 나무 판자에 스케이트 날을 댄 전통썰매는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좋아한다. 대못을 거꾸로 박은 손잡이로 얼음을 지치며 한바탕 웃어대는 모습은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 그대로다. 단체로 방문했다면 얼음축구장을 이용해 볼 만하다. 미니 아이스링크에 아이스하키용 팩을 발로 차는 경기는 현란한 플레이보다는 몸의 중심을 잘 잡는 사람이 골을 넣을 수 있어 재미를 더한다. 0도쯤 되는 찬 물에 발을 담가야 하는 산천어 맨손잡기는 고통은 크지만 고기를 잡을 확률이 높고 푸짐한 경품도 기다린다.

*** 화천 사람들

산천어축제가 대성공을 거둔 것은 하늘의 도움도 컸다. 지난해 날씨가 따뜻해 강원도의 대부분 하천이 얼지 않았는데 이곳 화천의 북한강 지류는 30㎝ 이상의 두께로 얼었다. 겨울철 얼음낚시의 대명사로 불리던 빙어축제의 고장 인제군이 부러워했을 정도. 올해도 이곳이 가장 먼저, 두껍게 얼었다. 하지만 축제 장소를 차근히 살펴보면 단순히 자연의 덕만 본 것은 아닌 것 같다. 우선 강에 인공 보를 쌓았다. 강의 유속이 느려지자 쉽게 얼어붙은 것이다. 행사장 배치도 꼼꼼하다. 2㎞(6만평)의 빙판을 상류 쪽부터 스케이트장.얼음체험장.얼음낚시터.루어낚시터로 나누고 얼음 낚시터에는 5000개의 구멍을 미리 뚫어 놨다. 얼음 위로 조성된 전나무 숲길이 강 한가운데를 가로지르고 강변을 따라 얼음성.눈꽃터널.맨손잡기 풀 등이 질서있게 배열됐다. 전문가의 솜씨 같다. 하지만 화천의 축제는 철저하게 민간 위주로 운영된다. 물론 군청의 협조를 얻기는 하지만 지역 시민단체 간부들이나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운영위원들이 시설 기획과 관리부터 고속도로 홍보까지 자발적으로 뛰었다.

물론 걱정거리도 있다. 주차시설과 숙박시설이 부족한 점이다. 학교 운동장을 개방하고 민박집을 모집했지만 좁은 땅에 적은 인구로는 한계가 있다. "그러니까 평일에 와야죠. 그럼 낚시터도 무료고 고기도 많이 잡을 수 있어요." 해결책 치고는 순진하지만 담백하다.

*** 산천어 햄버거 맛 보셨나요

산천어는 송어와 생김새가 비슷한 냉수성 물고기다.

섭씨 10도 아래의 차고 맑은 물에서만 살기 때문에 해발 300m 이상의 깊은 계곡에만 보인다. 백두대간의 영동쪽 지류가 주 서식지이나 소양호와 파로호, 포천 등 영서쪽 고지대에서도 잡힌다.

육질은 송어처럼 주황색을 띠며 훨씬 쫄깃하다. 얼음 위에서 낚아서 바로 먹는 회 맛은 일품이다. 화천 얼음낚시에서 잡히는 산천어는 90% 이상 양식. 그러나 풀어놓은 지 2~3일 정도 지나면 자연에 적응해 자연산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화천 사람들의 평가다. 혹시 직접 낚지 못했다면 가까운 횟집에서도 맛볼 수 있다. 1㎏에 2만5000원. 다만 '확실한' 양식이라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화천에서는 산천어의 다양한 조리법 개발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 맛을 없애기 위해 일본까지 가서 훈제 방법을 배워왔다.

진공포장을 벗기면 산벚나무의 향이 은은히 배어나오고 머스터드 소스를 찍어 먹으면 상큼한 맛이 입안에 맴돈다. 탕수어와 커틀릿.햄버거까지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메뉴도 개발했다. 아직 보급단계는 아니어서 축제조직위원회가 얼음판 옆에서 직접 운영하는 물빛누리 식당에서만 맛볼 수 있다. 훈제 1만2000원, 탕수어 1만3000원, 햄버거는 1500원을 받는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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