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스카우트된 '햄버거 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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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융상품이나 햄버거나 장사는 마찬가지."

기업은행이 목이 좋은 자리에 점포를 내기 위해 이례적으로 패스트푸드 업체에서 전문인력 두명을 스카우트했다. 버거킹 출신인 김상국·최동희 차장이 주인공.

金차장은 지난 11년간 롯데리아·버거킹에서 2백개 가까운 점포를 세워 패스트푸드 업계에선 점포 개발의 달인으로 불린다.

미국 유학파인 崔차장도 金차장과 같은 팀에서 일하다 함께 옮겨왔다.

이들은 "은행도 패스트푸드점과 마찬가지로 점포의 위치를 고를 때 고객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는 은행 점포를 낼 때 건물주의 청탁 등에 따라 입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고객의 편리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金차장은 "고객들이 쉽게 찾아오도록 대중교통이 편하고 주차공간이 충분한 곳에 점포를 열어야 한다"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에 잘 띄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주변 환경에 대한 철저한 분석도 필수"라고 덧붙였다.

예컨대 은행 점포 근처에 아파트단지가 있느냐, 공단이 있느냐에 따라 은행의 영업전략이 크게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崔차장은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점포 하나를 열기 위해 시장조사에 엄청난 공을 들이는데 은행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점포의 위치가 영업의 성패를 절반 이상 좌우한다"고 지적했다.

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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