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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균 기자의 약선] 파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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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이 독특하고 색이 선명한 파슬리는 서양 요리에서 장식용.향신료로 널리 이용돼 왔다. '약방의 감초'인 셈이다. 그래서 이탈리아에선 여기저기 얼굴을 잘 내미는 이를 '파슬리 같은 사람'이라고 한다.

약성(藥性)이 뛰어난 파슬리의 약효는 일곱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셀러리.오이.마늘.양파.레몬 등과 더불어 훌륭한 천연 이뇨제다(신구대 식품영양과 권종숙 교수). 25g만 먹어도 소변이 마렵다. 그래서 통풍 환자, 신장이 망가진 사람에게 추천된다. 심장병.당뇨병.전립선 비대증.생리전 증후군(PMS).식품 알레르기로 인해 몸이 퉁퉁 부은 사람에게도 권할 만하다. 요도에 세균 감염이 있을 때도 파슬리가 효과적이다. 모두 이뇨 효과를 이용하려는 처방이다.

둘째, 입냄새를 없애준다. 식품학자들은 마늘 냄새를 이기는 유일한 식품으로 파슬리를 꼽는다. 실제로 마늘을 먹었거나 흡연.음주 뒤에 파슬리를 오물거리면 냄새가 싹 가신다(백석대 외식산업과 최정희 교수).

셋째, 항산화 효과가 있어 몸안에 쌓인 유해산소를 청소해준다. 베타 카로틴과 비타민 C(둘 다 항산화 비타민)가 풍부하게 들어있다. 유해산소를 없애면 노화가 지연되고 암.심장병.뇌졸중.백내장의 발생 위험이 낮아진다.

넷째, 빈혈을 예방한다. 빈혈 환자에게 부족하기 쉬운 철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파슬리 25g엔 철분이 돼지고기 200g보다 더 많이 들어 있다. 게다가 파슬리에 든 비타민C는 철분의 체내 흡수를 돕는다.

다섯째, 우유 등 낙농제품을 싫어하는 사람에겐 더없이 소중한 칼슘 공급원이다. 파슬리 100g엔 칼슘이 200㎎이나 들어 있다. '칼슘의 왕'인 우유보다 오히려 더 많은 양이다. 파슬리를 먹으면 신경이 안정되고 초조.불안감이 가벼워지는 것은 보충된 칼슘의 효과다.

여섯째, 식욕을 돋워주고 소화를 돕는다. 끓는 물 1ℓ에 파슬리 50g을 넣어 우려낸 뒤 식후 두 잔씩 마시면 소화 걱정은 끝이다.

일곱째, 변비를 예방하는 식이섬유와 혈압을 조절하는 칼륨이 풍부하다.

주의할 점도 있다. 임신부는 하루 15g 이상 먹어선 안 된다. 자궁을 수축시켜 유산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파슬리는 잎이 평평한 것과 똘똘 말린 것으로 분류된다. 이 중 말린 것이 향이 강하다. 평평한 것은 향이 순하고 부드러우므로 그냥 먹어도 무방하다. 그러나 말린 것은 갈아서 먹거나 흐르는 물에 한번 헹군 뒤에 식탁에 올리는 것이 좋다. 열량은 100g당 34㎉로 채소 중에선 높은 편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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