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들 이탈하고 막을 힘도 없고 … 민주당 ‘4대 강 후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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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강 사업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이 움직이고 있다. ‘절대 반대’에서 “원천 반대가 아니라 조정하자는 것”(박지원 원내대표)으로 톤이 달라졌다. 그러면서도 “4대 강 사업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이미경 사무총장)고 강조한다. ‘달라지긴 달라졌는데 입장엔 변함이 없다’는 민주당의 사정은 뭘까.

민주당은 5일 “(4대 강 사업에 대한) 원천 반대에서 반 보 물러선 부분이 있다”(전병헌 정책위의장)고 밝혔다. 전 정책위의장은 “이미 부분적으로 사업이 시작됐고 예산이 집행돼 그만둘 수 없으니 최소한 치수(治水) 차원에서 손을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공사가 시작된 것을 인정하자는 ‘현실론’이다. 민주당의 ‘4대 강 사업 대안’을 만들고 있는 한 당직자도 “4대 강 사업에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이미 공사를 시작한 것을 지금 와서 부수자고 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렇다면 ‘민주당의 입장이 변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뭔가. 그 근거는 “보나 댐 건설은 막고 준설도 최소화해야지, 정부가 추진하는 4대 강 사업은 안 된다”(전병헌)에서 나온다. 유연성을 발휘한 것이지 원칙을 훼손한 게 아니라는 거다.

여기에는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했다. 민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들은 중앙정부가 갖고 있는 예산권 때문에 ‘절대 반대’라는 기존 당론을 따를 수도 없는 입장이다. 박준영 전남지사가 일찌감치 “수질을 개선하고 부족한 용수를 확보하는 ‘영산강 살리기 사업’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이시종 충북지사가 국토해양부까지 찾아가 “충북은 4대 강 사업 중 적극 반대할 이수사업이 비교적 적다”고 말한 건 모두 ‘예산’ 때문이다. 또 4대 강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에서 민주당이 ‘사업 중단’을 계속 주장하다간 이반하는 민심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도 감안됐다.


특히 힘으로 4대 강 사업을 막을 수 없다는 한계도 민주당이 달라진 이유다. 막상 대안을 만들었지만 큰 공사는 수자원공사가 맡아 하는 만큼 지자체가 사업을 중단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여기에 7·28 재·보선 패배로 ‘대안 없이 반대만 하는 야당’이란 이미지를 벗어야 하는 절박한 처지도 반영됐다. 하지만 지지층을 의식해 민주당은 국회 내에 ‘4대 강 국민검증특위’를 만들어 막대한 예산 투입에 제동을 거는 방안도 병행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당내 강경론자들의 비판도 지도부에 쏟아지고 있다. 천정배 의원은 이날 “민주당이 ‘4대 강 죽이기 절대 반대’ 입장에서 후퇴했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려면 더 적극적인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권은 반색=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5일 당 회의에서 “맹목적 반대를 하다 방향을 전환해 준 민주당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박준영 전남지사는 지속적 찬성 의사를 밝혔고, 이시종 충북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도 원칙적으로 찬성했다.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따른 당연한 귀결”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민주당의 요구를 검토해 향후 추진 계획에 반영키로 했다. 다만 보(洑)의 건설과 준설을 줄이라는 요구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백일현·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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