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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들의 폭소 한마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0면

'빅 트러블'(원제 Big Trouble)은 제목처럼 '큰 일' 난 영화다. 큰 일도 보통 큰 일이 아니다. 완전히 뒤죽박죽, 엉망진창이다. 두꺼비가 내뿜은 환각제를 맡은 가장은 멍멍 짖는 개를 아리따운 여자로 착각해 달려들고, 멍청한 강도는 핵폭탄이 든 가방을 마약 상자로 오인해 떼돈을 벌려고 한다. 이만저만한 법석이 아니다.

등장 인물도 괴짜투성이다. 퓰리처상을 두번이나 타고도 바람난 아내 때문에 회사를 때려치우고 지금은 싸구려 광고나 만드는 '실패한 인생', 그런 아버지에 실망해 여학생에게 물총을 쏘아대는 불량스런 아들, 나무에 둥지를 튼 거지 차림의 떠돌이를 예수님으로 착각하는 부잣집 가정부, 멋이라곤 하나도 없는 남편에 불만을 느끼고 다른 남자에게 탱크처럼 달려드는 아줌마 등등. 가늠하고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쉽게 짐작할 수 있듯 '빅 트러블'은 폭소가 터지는 코미디다. 가정부에게 흑심을 품고 그의 발가락을 혀로 핥는 게 사랑인 줄 아는 멍청한 부자나, 여자 친구의 엉덩이나 허리선을 뚫어지라고 쳐다보는 청소년 등은 황당한 수준을 넘어 거의 한심할 정도다.

게다가 시종일관 연속되는 썰렁한 유머는 이 영화의 목표가 무언지 단숨에 알려준다. 아무런 부담없이 킥킥 대며 시간을 보내자는 철저한 오락영화인 것이다.

그런데도 '빅 트러블'은 날탕 같은 인상은 주지 않는다. 보고 나서 남는 게 뭐냐고 물으면 대답이 궁한 건 사실이지만 화면을 보는 동안만큼은 제법 즐겁기 때문이다. 순간 순간은 웃기되 전체적으론 말이 통하지 않는 우리 조폭식 코미디와 달리 그럭저럭 얘기가 연결되기에 그다지 짜증도 나지 않는다. 킬링 타임 영화로 제격인 것이다.

감독은 '맨 인 블랙' 시리즈의 배리 소넨필드. 외계인을 둘러싼 좌충우돌 폭소극의 무대를 미국의 대표적 휴양지인 마이애미로 옮겨왔다. 크기나 성공 면에서 '맨 인 블랙'에 감히 견줄 수 없으나 웃음보를 제때 제때 건드리는 소넨필드의 감각은 여전하다. 어리버리한 강도단, 핵무기를 뒤쫓는 FBI 요원, 두 명의 살인청부업자 등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일곱쌍이 기상천외한 소동을 벌인다.

지푸라기 하나라도 뭔가 진지한 것을 찾는다면 이 영화에서 기대할 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웃으면 그만이다. 그것도 재주라면 재주일 것이다. 요란스런 폭소만 토해내는 까닭에 영화 전문 인터넷 사이트 IMDB(imdb.com)의 평점은 박한 편이다. 2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박정호 기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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