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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 vs 감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8면

소비자가 상품을 살 때 그 상품의 장·단점을 구체적으로 따지고 생각해서 사는지 아니면 그저 느낌이 좋은 물건을 고르는지는 그 상품에 대한 이야기를 엮는 광고제작자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다. 여기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있다면 광고를 만드는 일은 매우 쉬워질 것이다. 생각을 필요로 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생각하는 광고를, 느낌이 중요한 상품에 대해서는 느끼는 광고를 만들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소비자의 선택은 제품에 따라, 상황에 따라, 생각과 느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결정되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한 마디로 단정하기 힘들다. 오히려 이것은 기업이나 광고제작자에게 선택의 문제다.

소비자들의 이성에 어필하고 싶다면 제품의 특·장점을 강조하는 '생각하는 광고'를,그들의 감성에 호소하고 싶다면 '느낌이 좋은 광고'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종류의 제품인데도 성격이 서로 다른 광고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자동차 광고를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주말 레저 수요가 늘면서 레저용 차량(RV)이 국내 승용차 판매대수 중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이 중 현대자동차 싼타페 광고(사진)는 다분히 생각하는 광고에 속한다. 먼지를 휘날리며 거친 황토색 길을 달리는 모습, 눈 덮인 길을 달리다가 빨간색 신호등에 정확히 정지하는 모습 등은 이 자동차의 파워와 안전성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반면 기아자동차의 쏘렌토 광고는 느끼는 광고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의 한 도심을 미끄러지듯 유유히 달리는 쏘렌토에 금발 머리 소녀도, 매력적인 젊은 여자도, 차에 앉아 있던 점잖은 신사도 차창을 내리며 눈길을 보낸다. 그만큼 매혹적인 자동차라는 것이다.

준중형차 시장에서의 경쟁도 볼 만하다. 현대 아반떼XD 광고는 생각하는 광고에 속한다. 한 음대생이 등장해 아반떼XD가 힘도 좋고 스타일도 멋있다고 이야기한다. 자동차의 특·장점을 말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르노삼성 SM3의 광고는 철저히 감성적이고 이미지 중심적이다. 이 광고는 티격태격 싸우던 커플이 자동차에 동승하며 기분이 좋아진다는 내용이다.

남녀의 이별과 사랑을 마치 뮤직 비디오처럼 감성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소비자의 브랜드 충성도는 차를 처음으로 장만하는 엔트리 카(entry car) 성격이 강한 소형차 수준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이 시장은 자동차 회사간 브랜드 전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충지대다.

이 시장에서의 성패는 기업의 장기적 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동차 메이커들이 뜨거운 경쟁을 하는 것이다. 자동차 시장을 무대로 소비자들의 이성과 감성의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펼쳐지고 있는 광고 경쟁의 승부를 주목해 볼 만하다.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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