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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값 66%가 세금 稅前 공장도값은 370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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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디젤 차량용 경유 값이 ℓ당 7백원을 넘어섰다. 사상 최고다. 전국 주유소에서 파는 경유 값은 ℓ당 평균 7백26.82원으로 9월 말보다 28.61원 올랐다.

휘발유 값은 어떤가. ℓ당 1천2백92.52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노르웨이(1천5백13원), 영국(1천3백3원)에 이어 셋째로 비싸다. 국내총생산(GDP)을 감안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휘발유 값이 가장 싼 미국은 ℓ당 4백50원으로 한국의 3분의1 수준이요, 생수보다 싸다.

국내 기름 값이 왜 비싼가. 바로 세금이 많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넣은 휘발유 1ℓ에 이런저런 세금이 8백55.58원, 경유 1ℓ에 세금이 3백59.41원이다. 대리점 수수료와 주유소 마진을 합친 소비자가격으로 따져 보면 휘발유는 66.2%, 경유는 49.4%가 세금이다.

휘발유 5만원 어치를 넣을 때 자그만치 3만3천원이 세금이다. 이런 식으로 지난해 석유류를 구입하면서 낸 세금이 15조7천1백68억원(정유사가 원유와 석유류 제품을 들여올 때 낸 관세 9천48억원 제외)이다. 전체 세수(稅收)의 13.2%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정부의 에너지 세제 개편 계획에 따라 휘발유에 대한 세금은 2006년까지 현행 세금 체계가 유지된다. 하지만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싼 경유와 LPG·등유에 대한 세금은 매해 7월 1일자로 늘어나 소비자가격도 높아지게 된다. 휘발유 값을 100으로 보고 경유 가격을 75, LPG 값을 60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국내 기름 값은 1997년에 자유화됐다. 국제 유가가 떨어지면 국내 기름 값도 비례해서 내려야 하는데 그렇지 않게 느껴지는 점도 따지고 보면 세금 요인이 크다. 예를 들어 휘발유 공장도가격이 ℓ당 1천2백30원일 때 국제 유가가 10% 떨어진다면 휘발유 값도 10%인 1백23원이 내려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세금을 내기 전 공장도가격은 ℓ당 3백70원에 불과해 국제유가가 10% 내릴 때 정유사가 조정할 수 있는 가격폭은 37원이라는 얘기다. 국제 유가 인하폭의 3분의1이다. 그래서 정유사들은 마치 자신들이 이문을 더 남기려고 값을 덜 내리는 것처럼 오해를 받는다고 하소연한다.

물론 우리나라만 기름에 많은 세금을 붙이는 것은 아니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7개국의 소비자가격 대비 세금 비중이 70%를 넘는다. 이웃 일본의 경우 휘발유 값(1천12원)이 한국보다 싸고 소비자가격 대비 세금 비중(55.8%)도 낮다. 기름 넣을 때 절반 내지 3분의2가 세금이라는 점을 기억하면 자연스럽게 자가용을 덜 타거나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고 아껴 쓰자는 생각이 들 만하다.

jay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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