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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인생 40년 박정자씨 단행본 두 권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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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누가 물었다. "배우란 무엇인가." 연극배우 박정자(60)씨는 말한다. "배우는 4각의 링 위에 선 권투선수다. 자칫 한눈을 팔다간 상대방(다른 배우)에게 눈을 찢기거나 상처를 입으니까." 결국 쉼없는 긴장만이 배우로 존재하는 근거라는 풀이다.

올해 이순(耳順)을 맞이한 박정자씨가 곧 단행본 두 권을 출간한다.

오는 21일 친동생처럼 친한 동료배우 윤석화의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조촐한 출간 기념식을 계획하고 있다.

한 권은 연극 평론가 김미도(서울산업대) 교수가 쓴 『연극배우 박정자』(연극과인간)요, 다른 한 권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아동 문학가 친구인 최자영씨가 쓴 배우 박정자 이야기인 『얘들아, 무대에 서면 신이 난단다』(산하)이다. 직접 쓰지는 않았지만 주인공은 온전히 박씨다.

"극작·연출가 이윤택씨와 하기로 했던 가을 공연이 취소되면서 긴장이 좀 풀려 있었는데 책 출간으로 다시 마음을 추스렸다. 연극은 공연이 끝나면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데, 그런 아쉬움을 책으로 정리하고 싶었다." 1993년에 자신의 이름으로 낸 『사람아 그건 운명이야』라는 에세이집 이후 오랜만의 출간이다.

"마지막 교정지를 보면서 한없이 부끄러웠다. 후회도 했다. 그러면서 용기를 냈다. '세상에 잘난 사람만 책을 낸다더냐'하고 말이다."

『연극배우 박정자』는 본격적인 배우 평전은 아니다. 박씨의 출연작에 대한 작품 분석·연보·사진,그리고 구희서(연극평론가)씨 등 그를 지켜본 사람들의 질문에 답하는 'Q&A'로 꾸며진 종합 선물세트다.

반면 『얘들아, 무대에 서면 신이 난단다』는 평소 '연극운동가'를 자처하는 박씨가 꿈나무 관객인 어린이들에게 들려주는 인생과 연극에 대한 소박한 이야기를 모았다. 애니메이션을 공부한 딸(이연수)이 직접 상황에 맞게 엄마의 캐릭터를 그린 게 이색적이다.

박씨는 "원고를 본 딸이 재미없다고 가시돋친 소리를 해 망신당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박씨는 22∼26일 오후 8시 강남의 카페 살롱 드 플로라에서 '소 왓?'이라는 제목으로 뮤직 콘서트를 연다. 최백호·한영애·스티븐 리·강부자·윤희정이 날짜를 바꿔가며 찬조 출연한다.

박씨의 수준급 노래실력은 연극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미 박씨는 연극 '억척어멈''11월의 왈츠'에서 이런 끼를 화끈하게 보여주었다. "내 18번은 모두 18곡이다"고 말할 정도로 그녀의 다양한 노래와 춤은 압권이다.

그러고 보니 박씨는 '늙지도 않는' 만능 엔터테이너다.

그를 무게있게 조명한 김미도씨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열정과 화수분 같은 아이디어의 소유자다"고 박씨를 평했다. 박씨는 "나의 구원자는 오직 연극뿐이다"며 "연극없는 나는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화여대 신방과 졸업을 앞둔 63년 동아방송 성우 1기 시험에 합격해 사회활동을 시작했다. 이 와중에 명문대 대학 졸업장도 포기했다.

연극무대 데뷔는 같은 해 실험극장의 '팔려가는 골동품'으로 했다. 어언 배우 인생 40년. 그러나 "결코 후회는 있을 수 없다"며 여전히 무대를 향한 눈빛은 강렬하다. 박씨의 뒤에는 2백30여명에 이르는 막강한 후원그룹인 꽃봉지회가 있다.

정재왈 기자

nicola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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