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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개최 '북한 경제발전 전략'정책 토론회-토론회 요약]예산 일정액 北지원 검토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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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김원배 팀장=이번에 제시된 북한 경제 발전 전략은 체제 유지를 전제로 한 중·단기 전략으로 보인다. 따라서 적실성은 있는 연구라고 생각되나 보다 궁극적인 의미를 갖기 위해선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측면에서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북한이 체제 유지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언제라도 취소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曺팀장은 북한 경제가 '분권형 계획 경제'로 가야 한다고 했으나, 지난 3∼4년간 북한 경제가 걸어온 방향은 오히려 '카지노 경제'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판단돼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과제일 것이다. 특구의 차별화는 바람직하며, 개발이나 운영 방식에서 관련 국가와 합작하면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신의주는 단둥(丹東)과 연계해 북·중 합작으로, 개성과 금강산은 남북 합작으로, 원산은 북·일 합작으로, 나진·선봉은 유엔개발계획(UNDP)주도 하의 제3국 경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남성욱 교수=올해 남측은 쌀 40만t과 비료 10만t을 지원했다. 시장 가격으로 약 8천억 원 규모다. 그러나 과거와 마찬가지로 북측의 경제 회복에는 기여하지 못했다. 따라서 차기 정권에선 이러한 지원 방식을 뛰어넘어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지원 방안을 강구, 북한 경제를 실질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중앙일보가 연초에 제시한 바 있는 '예산 1% 대북 지원'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올해 예산은 1백억 달러선에 불과하기 때문에 외부의 지원을 받아 공급 능력을 갖출 수밖에 없다. 그동안 수백∼수천억 원 규모에 머물던 산발적 대북 지원에서 벗어나 연간 1조 원 수준의 국가 예산을 계획적으로 북한에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통일시대를 대비한 첫 준비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선 먼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대북 지원 논리가 정부나 정치권 차원에서 마련돼야 한다.

◇노성태 소장=섬-본토 전략이 이론적 장점은 있으나, 계획경제 하에선 자금 투입이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란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지원을 하더라도 그것이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 사회주의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익에 대한 개념이 확립돼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지원이 낭비만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산자들이 인센티브를 느낄 수 있는 정책을 북한이 추진해야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에 대한 경제 개발 자문은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 기구를 활용하거나 중국과 공동으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순성 교수=구(舊)사회주의 국가들 가운데 경제 성장에 성공한 국가들은 경제성장 전략과 체제 전환 전략을 분리하지 않았다. 즉 체제 전환에 소극적인 발전 전략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이번 연구에서처럼 경제 성장 전략과 체제 전환 전략을 분리하는 이중구조 전략을 취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이 같은 전략에서 오는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북한 경제 발전은 외부에서의 투자 측면과 함께 북한 내부의 제도적 개선을 통한 경제의 효율성 제고라는 측면도 고려돼야 한다.

◇이창재 소장=최근 북한의 움직임과 북한 체제의 특성을 감안할 때, 특구(섬)와 여타 지역(본토)을 이원화해 경제발전을 추진한다는 전략은 설득력은 있으나, 체제 전환의 어려움을 과소평가했다는 단점이 있다.

북한 경제가 거의 붕괴된 상태에서 계획경제의 '효율화'를 통한 경제발전 전략은 또 다른 형태의 이상론에 불과하다.

신의주 특구와 관련, 중국으로부터 관세 면제는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 따라서 중국시장을 염두에 둔 신의주 특구 진출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오히려 신의주 특구에서 생산된 제품이 한국에 무관세로 반입될 경우, 한국 시장을 염두에 둔 투자가 활발히 이뤄질 것이다.

◇박흥렬 부장='섬-본토 분리발전 전략'은 북한 당국이 수용할 만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여러가지 세부 전략들은 현재 북한의 자본동원 능력이나 인력 여건상 동시에 추진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현실능력을 감안한 전략적 우선순위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

'본토'에선 '분권형 계획경제를 정착·효율화시켜 나간다'는 전략이 과연 북한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대안이 될지 회의적이다. 사유재산의 범위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등 보다 획기적인 조치가 있어야 북한의 개방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조동호 팀장=지난 7월 초부터 시행된 북한의 경제관리 개선조치에 따라 하부 생산단위에 자율성과 인센티브가 제대로 주어지기 시작하면 '분권형 계획경제'는 정착되리라고 본다. 북한은 특구를 설치했다 하더라도 당장 외국 자본의 유입이 어렵기 때문에 시급한 외화는 '본토'에서 수출을 강화해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 북한 원화가 평가절하된 것은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장기적으론 남포·원산·청진에 수출기지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인프라 구축을 위한 협력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북한의 인프라는 통일비용 경감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대북 진출 기업의 수익성 제고에 기여해 우리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예산 1% 지원'에서 '1%'는 상징적 의미고, 다만 획기적이고 효율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판단된다.

정리=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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