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1,500억弗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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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엔론이나 월드컴 등 세계적 대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고 이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기업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기존의 지표로는 멀쩡하던 기업들이 어느날 갑자기 부실 투성이의 껍데기 기업으로 드러나는 사례가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데 주로 쓰인 지표는 '경제적 부가가치'(EVA:Economic Value Added)다.

미국 뉴욕의 컨설팅사인 스턴 스튜어트가 1989년 만들어낸 EVA는 기업이 벌어들인 영업이익 가운데 세금과 자본비용을 뺀 금액을 말한다. 즉 투하된 자본과 비용으로 실제로 얼마나 많은 이익을 올렸느냐 따지는 경영지표다. 최근까지만 해도 기업의 재무적 가치와 경영자의 업적을 평가하는 데 순이익이나 경상이익 같은 단순한 수치보다 훨씬 효율적인 지표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잇따라 발생한 기업회계 부정 스캔들로 기업의 회계관행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EVA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늘어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스턴 스튜어트사가 새로운 기업가치 평가기준으로 제시한 '주주 이익으로 본 기업가치 지표'(WAI:Wealth Added Index)가 주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9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5년간 WAI를 측정한 결과 최상위를 차지한 소매체인 월마트와, 최하위를 기록한 다국적 통신기업 보다폰 에어터치를 비교하면 EVA와 WAI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이 기간에 EVA로 따진 월마트의 기업가치는 2천1백50억달러 늘어났고, 보다폰의 기업가치는 1천8백40억달러 늘어 두 회사간에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WAI를 계산해 보면 실적은 천양지차다. 월마트는 1천5백억달러 가량을 주주에게 이익으로 돌려준 반면, 보다폰은 주주들의 이익을 1천45억달러나 까먹었다.

<표 참조>

장부상으로는 비슷하게 우량해 보이는 두 기업에 대해 시장의 평가는 전혀 딴판임을 WAI가 보여준 셈이다.

그러나 WAI가 기업가치의 평가에 만병통치는 아니다. 우선 주주이익을 비율이 아니라 절대금액으로만 따지기 때문에 대기업이 늘 유리하게 나온다. 규모가 작으면서도 짭짤한 이익을 내는 중소기업이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얘기다. 또 주가 변동에 좌우되는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삼는 바람에 기업 자체의 업적보다는 외부 변화에 크게 좌우되는 단점도 있다.

결국 EVA나 WAI 중 어느 한가지 지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이들을 참고삼아 균형잡힌 판단을 해야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WAI란=철저하게 주주의 입장에서 기업의 실적을 평가하는 지표로 해당기업의 주식이 주주들에게 얼마의 이익을 가져다줬는지를 측정한다. 기업 주식의 시가총액 증감분에다 배당금을 더한 뒤 자본조달 비용을 빼는 방법으로 계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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