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안정책인가 부유세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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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가 지난 주말 발표한 부동산 안정대책은 쓸 수 있는 카드는 모두 꺼낸 초강수 대책이다. 집값 또는 땅값이 급등하는 지역은 내년부터 소득세법상 '투기지역'으로 지정해 양도소득세를 실거래가액으로 부과하고 최고 15%까지 탄력세율을 추가키로 했다. 지난달 재산세 현실화에 이어 보유 및 거래 양쪽에서 강경책들을 모두 동원한 셈이다.

부동산 투기와 집값 거품을 잡기 위한 이들 대책은 특히 서울 강남 일대의 투기억제에는 단기적 효과가 기대될지 모르지만 이런 식의 초강경 대책은 마치 신종 '부유세(富裕稅)'처럼 보여 심각한 조세저항에 부닥칠 수 있다.

특히 투기지역이 아니더라도 실거래가가 6억원을 넘으면 무조건 고급주택으로 간주해 양도세를 실거래가액으로 과세키로 한 것은 벌써부터 큰 논란을 빚고 있다. 서울 강남권의 30∼40평형대 아파트 상당수가 시가 6억원 이상임을 감안하면 대부분 1가구1주택에 관계없이 양도세를 물어야 한다. 이는 1가구1주택이 과세대상에서 제외돼 왔고 주택경기 부양을 위해 한때 1가구2주택에도 비과세 혜택을 부여해온 주택세제정책의 관행과 정신에 맞지 않는다. 6억원 이하로 맞추는 뒷거래가 성행하면 대책의 효과 또한 의문시된다.

따라서 '고가주택' 6억원 금액 기준과 투기지역 지정은 일률적으로 정하기보다 지역 및 시장상황에 따라 다양화하고, 조세저항을 유발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부동산 투기를 지나치게 세금으로 다스리는 과정에서 정부의 자의성이 과도하게 커진 결과다.

서울, 특히 강남에서 주택공급이 늘지 않을 경우 장기적으로 공급부족이 빚어지고, 양도세를 물더라도 매매하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양도세가 거래가격에 반영돼 결국 아파트값만 올리는 부작용도 예상할 수 있다. 부동산 보유 자체를 악으로 치부하는 발상이 있기에 이런 비상식적 대책안이 나오는 것이다. 보유보다는 거래, 거래 중에서도 불법 투기성 거래를 막고 거래를 순기능으로 돌리는 것이 부동산 투기 억제의 기본정책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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