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 특구 비판 신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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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신의주 특구의 양빈 행정장관이 부정·탈세 등의 혐의로 중국 당국에 연금되면서 특구의 앞날에 대한 전망이 점차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번 양빈 장관 체포가 충격적인 것은 신의주 특구의 성공 여부가 양빈이라는 기업가의 개인적인 능력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신의주 특구 모형은 홍콩·선전(深)·상하이(上海)·네덜란드의 특구 운영 사례를 기본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주로 양빈의 개인적인 경험이 반영돼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신의주 특구의 기본 법령도 행정장관으로 임명된 양빈의 활동을 보장하는 측면이 강해 북한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 잘 알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양빈 장관 연금은 신의주 특구의 앞날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외국인인 양빈을 특구 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북한의 개방 의지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신의주 특구에 대한 외국 투자자의 관심을 모으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렇지만 행정장관으로 임명된 후 믿음이 가지 않은 언행과 재산 증식 과정의 부도덕한 기업활동 때문에 대외적으로 불신을 받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이번 사건은 신의주 특구의 앞날에 대한 불신을 초래해 외국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이번 중국의 양빈 장관 연금은 신의주 특구 개발에 대한 중국의 부정적인 반응이라기보다는 부정·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양빈을 사전 상의 없이 행정장관에 임명한 북한 당국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봐야 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중국이 신의주 개발 자체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남북 간에 추진 중인 경의선이 복원되고 북한지역 철도의 시설 개선이 이뤄지면 신의주 특구의 개발은 중국의 동북지역 개발을 촉진시키는 시너지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따라서 양빈 문제가 해결되면 북·중 간에는 신의주 특구 개발에 대한 협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양빈 장관 연금 이후 신의주 특구의 앞날에 대해 지나치게 비관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이번 신의주 특구 지정은 최근 북한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개혁과 개방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리고 북한의 개혁·개방 의지는 아주 강한 것 같다. 북한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신의주 특구 개발을 예정대로 진행하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이 추진 중인 경제 개혁의 성패는 공급물자 확보와 외자유치 여부에 달려있으며 신의주 특구 개발은 그 해결 방안이기 때문이다. 만약 신의주 특구 개발이 계획 단계에서 중단된다면 이는 북한이 추진 중인 개혁과 개방 정책 전반에 걸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또한 중국도 북한이 경제난으로 인해 체제 동요가 지속되는 것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경제난이 더욱 심해지면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탈북자의 수도 더욱 증가할 수 있다. 결국 중국은 양빈 장관 문제가 해결되면 북한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특구 기본법에 행정장관의 임기가 규정돼 있지 않은데 이는 북한이 양빈 체제를 과도기적 체제로 보고 있다는 증거다. 따라서 우리는 양빈 장관 연금에 대해서 지나치게 민감할 필요가 없다. 현재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북한이 시도하고 있는 신의주 실험이 성공해서 시장경제 질서가 북한 전역에 파급될 수 있도록 그 지원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우리의 일관된 대북 정책 목표는 북한의 개혁과 개방 유도를 통해 통일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신의주 특구의 성공은 남북 관계의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의 신의주 실험이 성공할 수 있도록 대북경제를 대폭 지원해야 한다.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경의선 철도의 경제성 증대를 위해 개성공단과 신의주 특구의 연계개발 방식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우리는 더 적극적인 시각으로 신의주 특구의 진행사항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신의주 특구의 앞날에 대한 지나친 비판은 북한의 개혁과 개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좀 더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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