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말을 더듬는데…:말 귀담아 들어주고 마음 편하게 해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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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5세 된 아들이 말을 더듬어요. 3세 때 동생이 태어나고 바로 유아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아이로선 스트레스였는지 그 때부터 몸도 많이 아프고 말도 더듬더군요. 최근에 좋아하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더한 것 같아요."

한 어머니의 상담 내용입니다.

말더듬은 5% 정도의 아동이 경험할 정도로 비교적 흔한 현상입니다. 2∼7세 때 많이 생깁니다. 대부분은 나이가 들면서 저절로 회복되고, 학교에 들어가기 전 5∼6개월 정도 증상이 있다가 없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자신감이 떨어져 사회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심할 경우 우울증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말더듬이 왜 생기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유전적 성향이 원인이 될 수도 있고, 뇌 자체에 신경학적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으며, 발달장애와 동반되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심리적 갈등으로 인해 말을 더듬는 경우도 매우 흔합니다.

환경에 문제가 있거나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서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가, 주변의 지나친 지적으로 증상이 악화되기도 합니다.

아이가 말을 더듬을 때 부모가 지나치게 지적하거나 아이에게 제대로 말해 보도록 반복시키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부모 자신이 천천히 부드럽게 이야기하는 습관을 들여 모범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말이든 행동이든 의사소통을 너무 서두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또 가족 간에 대화를 체계있게 하는 것이 좋으며, 먼저 아이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도록 합니다. 더불어 아이의 마음에 어떤 상처가 있는 것은 아닌지, 주변에 부담되는 상황이 있는 것은 아닌지 세심하게 배려하도록 합니다.

말더듬이 오래 지속되면 정서적 문제나 사회성 등에 2차적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소아정신과를 방문해 치료를 받도록 합니다. 언어치료나 놀이 정신치료를 하고, 필요하면 약물사용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김동현 신경정신과 원장

kimdhnp@unit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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