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이렇게까지 나빠질 줄 몰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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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한국은행은 1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콜금리 목표치를 현 수준(연 4.25%)에 계속 묶어두기로 했다.

이와 관련, 박승 한은총재(사진)는 회의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증시가 이렇게 나빠질지 몰랐다"며 "최근 며칠 동안의 증시 상황 악화가 콜금리 현상 유지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는 금리 인상론과 현상 유지론이 팽팽히 맞서 평소보다 약 1시간 긴 2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朴총재는 "금리를 올려 시중 유동성을 흡수할 필요가 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올릴 경우 국민의 불안 심리를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朴총재는 그러나 "집값과 유가가 많이 오르고 임금도 두자릿수 인상률을 기록 중이며, 환율도 물가에 좋지않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해 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여전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콜금리를 결정함에 있어 연말 대선 등 정치 일정은 아무런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이날 금통위 보고에서 우리 경제는 내년에도 잠재성장률 수준(5.5%)의 성장을 달성할 수 있겠지만, 물가 상승률이 3.5%를 웃돌고 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10월에도 금리를 올리지 못함에 따라 연내 금리 인상은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일구 연구위원은 "해외 경제 여건이 갈수록 나빠지고 국내 경기도 하강 국면에 들어서고 있어 앞으로 금리를 인상하기는 더욱 힘들 전망"이라고 밝혔다.

김광기 기자

kikw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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