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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수렁의 끝' 어디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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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주가가 바닥을 모른 채 연일 곤두박질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 600선이 단숨에 무너지고, 코스닥 지수는 연일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주가 급락의 원인과 전망을 짚어보는 시리즈를 싣는다.

편집자

지난 4월 종합주가지수가 900을 넘어섰을 때 국내 증시엔 장밋빛 전망이 넘쳐났다. 주요 기업들이 올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측되면서 연내 1,000을 돌파하는 것은 물론 1,500 달성도 머지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요즘 투자자들은 바닥이 어디인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진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올 정도로 투자 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세계 증시 곤두박질=지난 3분기(7∼9월) 미국 다우지수는 18%, S&P500지수는 20% 떨어져 1987년 '블랙 먼데이' 이후 한 분기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유럽은 미국보다 사정이 더 안좋아 프랑크푸르트 증시(독일)가 37% 폭락한 것을 비롯해 파리(프랑스)와 런던(영국) 증시도 각각 29%,20%의 하락률을 보였다.

10월 들어서도 세계 증시의 하락세는 좀처럼 멈출 기미를 안보이고 있다.

이 같은 증시 약세의 가장 큰 요인은 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미국 경제의 회복이 불투명하다는 점 때문이다. 미국 경제는 이중 침체(더블딥) 우려가 여전하고 올해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수 경기마저 사그라지는 추세여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 기업의 3분기 실적 악화▶이라크 전쟁 가능성에 따른 유가 급등 등의 악재가 겹쳤다.

◇한국 증시에도 경고등=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를 바탕으로 성장을 떠받쳐 왔던 내수 부문에서 하나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증시에 불안감을 주고 있다. 시중에 넘쳐나는 돈으로 부동산 값이 급등해 자산 거품이 커졌고, 과소비로 인한 가계 부실과 경상수지 악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수출은 9월에도 12%대의 신장세를 유지하는 등 지표상으로는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부진했던 실적에 따른 반사 효과에 불과한 측면이 있어 안심할 게 못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최근 민간 연구소들은 내년 한국 경제가 올해보다 나빠질 것이란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사상 최대인 기업 실적은 잇따른 해외 악재와 국내 경제의 악화 전망에 묻혀 증시에서 힘을 못쓰고 있다.

◇보이지 않는 주가 바닥=종합주가지수 600선마저 무너져 하락 저지선이 실종됨으로써 바닥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게 됐다.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매수 주체와 상승 주도주, 상승 계기(모멘텀)가 없는 이른바 '3무(無)'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미국 증시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당분간 상승 추세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백 이사는 "지난해 9·11 테러 직후 500이 깨진 만큼 해외 증시 여건이 호전되지 않는 한 500선 유지도 장담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워낙 주가가 단기간에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기술적인 반등이 반드시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보유 주식을 처분하더라도 하락장에서의 투매는 삼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차진용 기자

chaj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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