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화재청도 할 말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최근 대전에서 문화재청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이들은 지난달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한 국회의원이 문화재청의 '무능'을 비판하던 중 "정부 다른 부처들은 모두 잘 하고 있는데 문화재청만 보면 답답하다"는 질타의 말을 상처로 간직하고 있는 듯했다.

국정감사가 항상 그렇듯이 문화재청 관계자들은 묵묵부답, 욕을 먹었지만 자존심이 크게 상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대전으로 돌아오면서 유능한 조직이 되도록 구조적으로 뒷받침하지 않으면서 '무능'운운한 것에 울분을 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청 사람들이 우선 주장하는 것은 조직이 왜소하고 사람이 절대 부족해 수적으로 늘어나는 문화재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 문화재청이 책임져야 할 국보·보물·국가 지정 문화재 등은 1980년 2천8백97건에서 2002년 8천3백86건으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문화재 보수와 발굴 허가건 역시 급증했다.

반면 직원 수는 80년 문화재관리국 시절 5백33명에서 2002년 현재 5백96명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99년 국에서 청으로 승격하면서 문화관광부 직할이던 현충사관리소·세종대왕 유적관리소 등 인원 96명이 문화재청 소속으로 넘어왔음을 감안하면 실제 가용인력은 줄어들었다. 물론 예산이 80년 1백9억원에서 올해 2천9백94억원으로 급증한 것은 반길 일이다.

문화재청은 올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자료를 작성해 행정자치부·기획예산처를 찾아다니며 조직 확대를 요청했지만 '작은 정부'의 명분만 재확인했을 뿐이다. 한 관계자는 "언감생심 지역별 문화재청 지청 설치 요구는 꿈도 꾸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해법은 두가지다. 문화재청은 '사람 타령'을 하기에 앞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공무원들을 현장으로 내보내는 방안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리고 '문화유산을 아끼는' 외부 사람들은 그들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기보다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토대부터 마련해 주고 난 연후에 책임을 물을 준비를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