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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밑에 지하실' 600선도 위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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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주가가 바닥을 모른 채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9일 종합주가지수는 연중 최저치로 하락했고, 코스닥지수는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특히 개인투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이 힘없이 무너지자 증권사 객장은 정적에 휩싸였다. 체념한 투자자들은 할 말을 잊었다.

이날 그동안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겼던 종합주가지수 630선은 물론 620선까지 잇따라 무너졌다. 이에 따라 600선도 깨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도 주가의 앞날을 점치기 어렵다면서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락 원인 분석=이날 거래소 시장의 직접적인 급락 요인은 10일로 예정된 옵션 만기일이었다. 특히 8일 1천9백억원이 넘는 프로그램 매수가 일면서 매수차익 잔고가 5천억원 선을 넘어선 점이 장중 내내 부담으로 작용했다. 외국인이 이날 2천6백 계약이 넘는 선물을 순매도하자 차익거래에서 1천1백억원 가량의 프로그램 매도가 발생했다.

비록 프로그램 매매가 이날 주가를 크게 떨어뜨렸지만 근본적인 하락요인은 따로 있다. 미국·유럽 등 세계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최근 세계적으로 자산가격이 하락할 기미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즉 그동안 경제를 떠받쳐온 소비는 부동산 경기 호황 덕분이었는데, 부동산 값이 떨어지게 되면 소비위축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덜 떨어졌던 내수 소비주들은 물론 부동산 담보대출에 크게 노출된 은행주의 급락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 이날 거래소 시장에서는 그동안 증시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내수 관련주들이 크게 떨어졌다. 롯데칠성·롯데제과·태평양·삼성화재 등 대표적인 내수주들이 곤두박질했다.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운 코스닥시장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9일 현재 코스닥지수(45.83)는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던 2000년 3월 10일(283.44)에 비해 84% 가량 떨어진 것이다.

코스닥시장은 잇따른 대주주 관련 주가조작 사건과 실적 부진으로 인해 거래소 시장에 비해 더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코스닥시장 전체적으로는 사상 최고 실적을 냈지만, 등록 벤처기업 중 41%(1백41개사)는 적자를 냈다. 코스닥시장은 개인 소비재를 생산하는 업체보다 장비 및 부품 납품업체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점도 급락 요인이다.

SK증권 장근준 애널리스트는 "코스닥 업체 중 상당수는 삼성전자·SK텔레콤 등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며 "그러나 기업 설비투자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코스닥 업체들의 실적은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망 및 투자전략=그동안 증시 전문가들이 내놓은 전망은 대부분 빗나갔다. 최근 급락세가 국내 요인보다 외부 악재에 의한 것이어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저가 매수에 나섰다. 개인들은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달 13일 이후 거래소 시장에서만 모두 1조3천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그러나 주가 급락세가 멈추지 않는 바람에 큰 손실을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요즘처럼 세계경제·이라크 전쟁 등 외부 악재에 의해 주가가 하락할 때는 반등을 확인한 뒤에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일부 투자자들은 주가지수 600선이 무너지면 저가 매수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설령 600선이 무너지더라도 주가가 바닥을 다진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매수에 나설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희성 기자 bud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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