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노벨상 우리는 왜 못받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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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이 통산 열두번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며 과학분야에서 3년 연속 수상자를 내는 것을 보면서 부러움을 느끼는 한편 우리의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기초과학 수준이 곧 국력으로 연결되는 이 시대에 극심한 이공계 기피 현상을 걱정해야 한다면 과연 어떻게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겠는가.

과거 미국과 유럽 학자들이 사실상 독점해온 노벨상 과학분야에서 일본이 아홉번째 수상자를 내 '과학 강국'의 자부심을 갖게 된 것은 두꺼운 연구층과 정부 차원의 풍부한 지원이 밑바탕이 됐다. 일본은 더 나아가 2005년까지 과학기술 연구개발에 국내총생산의 1%에 해당하는 24조엔을 투자해 향후 50년간 노벨상 수상자 30명을 배출한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우리 현실은 어떤가. 지난해 우리 정부와 민간의 연구개발 투자비는 1백25억달러로 미국(2천6백50억달러)의 4.7%, 일본(1천3백90억달러)의 9%에 불과했다. 포드와 GM의 연구비를 합한 액수(1백36억달러)보다 적다.

더 우려되는 것은 기반 여건이다. 청년의 장래 희망 조사에서 '과학기술인이 되겠다'는 응답이 0.4%에 불과하고 대학 수능시험 자연계 지원자 비율이 27%까지 떨어지는 이상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학비·연구비 지원에서 취업·보수 등에 이르기까지 사회적·경제적 푸대접을 받으며 누가 힘든 과학기술인의 길을 가려고 하겠는가. 우리 교육의 문제도 크다. 수학·과학 올림피아드 등에서 상위권 성적을 내는 우리 학생들이 심화·응용 과정에선 수준이 뚝 떨어진다. 창의성을 키우는 실험실습 위주의 교육이 아닌 주입식 암기 교육이 빚어낸 부작용이다.

경제규모 세계 12위에 걸맞은 과학기술 강국이 되기 위해 우리나라도 전략적으로 노벨상 수상자를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선 최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건의한 것처럼 독창적 연구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는 등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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